▲"가스레인지는 위험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요. 우리집에서는 요리할 때 장작을 때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볏짚으로 요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헙/베트남)
헙
물론 이 사진들이 완성도가 높고 주목할 만한 예술 사진이라고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내가 아이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잘 찍은' 사진이 아니라 '좋은' 사진이다.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이냐 하는 질문에는 정답이 없을 것이다. 다만 나는 찍는 사람의 느낌이 전달되는 사진, 이야기가 상상되는 사진을 좋은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얼굴이 반쯤 잘리고 초점이 흔들린 사진이어도 찍는 사람의 감정이 느껴져서 보는 이도 같이 즐겁거나 슬프거나 아프다면 그게 좋은 사진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좋은 사진을 많이 찍은 아이이자 '카메라야 부탁해!' 프로젝트에 참여한 스물한 명의 아이들 중 내가 가장 주목하는 아이가 있다. 남(Nam)이다. 아니, 좀 더 솔직하게 말하자. 나는 남이를 편애한다. 티는 안내지만 편애는 한다. 남이에게는 사진에 대한 남다른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그 아이가 가진 넘치는 감수성과 사랑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에게 남이에 대한 첫인상은 '없다'! 다섯 명의 베트남 아이들 중 흐엉이는 막내라서, 응옥아잉과 헙은 예쁘장해서, 레는 센스가 뛰어나서 각각 기억에 남는데 남이는 이렇다 할 특징이 없고 말수도 없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있어도 없는 것 같고 없어도 있는 것 같은 존재감 없는 그런 아이. 그러다 사흘 후 아이들을 다시 만나 그때까지 찍은 사진을 보는 날이었다. 비로소 남이의 존재감이 드러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