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르노그룹 카를로스 타바레스 최고 그룹운영책임자(COO)
르노삼성차
예상치 않은 방문이었다. 르노닛산그룹의 카를로스 타바레스 부회장 이야기다. 그는 르노그룹의 2인자다. 최근 은퇴를 밝힌 카를로스 곤 회장의 후임자로 거론되기도 한다. 세계 자동차업계에서 떠오르는 인물 중 하나다. 그만큼 그의 발언 하나가 갖는 무게 역시 다르다.
지난 26일 그가 한국에 온 이유는 간단하다. 르노삼성자동차를 둘러싼 위기를 파악하고, 시장의 불신을 누그러뜨리기 위해서다. 27일 열린 기자간담회 자리 역시 그에 맞춰져 있었다. 그는 르노삼성차의 '매각설', '한국시장 철수설' 등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다. "절대"라는 말까지 써가며, "그럴 일(매각)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르노삼성차에 1조7000억 원을 투자했다", "한국시장에서 성공해야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는 등 여전히 한국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도 했다. 이어 그가 생각한 위기 타개책도 내놨다. 르노 삼성차의 부진 원인으로 꼽히는 디자인을 개선하고, 새로운 차를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새차는 소형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으로 내년 하반기께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
소형 CUV 투입·디자인 개선한다고 하지만... 신차개발 등 투자의지 안 보여분명 타바레스 부회장의 발언은 르노삼성차엔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탐탁지 않다. 새로운 차를 추가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이 역시 1년 6개월 후에나 가능하다. 게다가 경쟁 회사들은 20여 종에 가까운 다양한 차를 갖고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물론 그들도 새차를 계속 내놓는다. 르노삼성차는 신차 투입해도 5개 차종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의 선택에서 여전히 불리하다.
또 과거 '에스엠 파이브(SM5)'만의 높은 품질과 차별화된 서비스 역시 더 이상 르노삼성차의 것이 아니다. 적은 차종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신뢰를 보냈던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타바레스 부회장의 회견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망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르노 삼성차만의 독자적인 신차 개발이나, 획기적인 디자인과 품질 개선을 위한 투자 등에 대해선 언급조차 없었다. 그는 르노그룹이 이미 1조7000억 원을 투자했다는 점만을 강조할 뿐이었다. 어찌보면, '그동안 투자한 것이 있는데, 당장 손해보면서 떠날 순 없지 않으냐'는 식으로까지 읽힐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