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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때맞춰 KAL기 폭파를 일으켜서 운이 좋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조선일보>는 이러한 정부의 중요한 조력자 내지 주범이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자기들이 이것을 대선에 마음껏 활용해 놓고서 이제 와서 인터뷰를 통해 "전두환 정권이 운이 좋았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KAL기 사건은 전두환 정권에게 우연이었지만, 그것이 대선에 끼친 영향은 우연이 아닌 보수 세력의 치밀한 공작으로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김현희를 살려준 이유 다른 사람 혹은 사실에 대한 의심에는 허무맹랑한 의심도 있고 합리적 의심도 있고 정당한 의심도 있다. 개인적으로 1987년에 제기되었던 김현희에 대한 의심이 합리적 의심을 넘어 정당한 의심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이 같은 <조선일보>의 행태가 배경에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학살만으로 전두환 정권은 이런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거늘, 수지킴 사건을 비롯하여 수많은 고문 조작 사건은 이런 의심이 절대로 무리가 아니었음을 밝혀주고 있다. 정보의 제약 속에 제기한 합리적 의심에 대하여 이런 식으로 공격을 가하는 것은 바로 독재정권의 패악을 옹호하는 것과 똑같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김현희가 과거 '유족들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조용히 살고싶다'며 국정원 과거사진실규명을통한발전위원회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등의 조사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면서 이렇게 나서는 것은 의심받아 마땅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김현희의 행태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야겠다. 도대체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도 뻣뻣이 들고 있는 고개는 어떤 힘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가능한 것일까? 김현희는 "이미 사법부가 3심한 것을 (국정원)발전위가 4심을 하고, (진실)화해위가 5심을 하는 행위는 인민재판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김현희는 뭔가를 한참 잘못 알고 있는것 같은데, 독재 정권의 필요에 의해 사면을 받았다고 해도 수많은 인명을 죽인 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4번이 되었든 5번이 되었든 유족 중에 단 한 명이라도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사람이 있다면 성실히 조사에 응하는 것이 김현희가 죽을 때까지 수행해야 할 의무이다.
김현희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가 사면할 때 가장 중요한 논거 중에 하나가 그녀가 KAL기 사건의 유일한 증인이라는 점이었다. 참여정부 하에서 조사가 자신을 가짜로 만들려는 조작 시도였다면 <TV조선>에 나와서 떠들지 말고 국정원을 통해 조사해서 밝히라고 하면 될 일이다.
KAL기 사건 때문에 민주정부 수립 절호의 기회를 놓친 민주화 세력의 통한의 마음은 이후의 민주화 과정에서 보상받았다고 치자. 가족을 잃은 유족의 슬픔은 어찌할 것인가? TV에 나와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김현희의 모습을 볼 유족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는가? 그 유족들이 김현희를 가짜로 보고 진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해서 그들 가슴에 못을 박을 권리가 김현희에게는 없다.
학살범 왜 저렇게 당당할까 아무리 학살자가 대통령이 되고 그의 후예들이 떵떵거리고 사는 나라라고 해도, 명백한 학살의 범인이 저렇게 당당하게 자기 주장을 펼치게 하는 나라가 어디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조선일보>를 통해 갑자기 김현희가 TV에 나오고 KAL858기 사건이 언급되는 것은 일부 진보 세력의 잘못된 행태와 대선 시기가 맞물린 고도의 전략적인 행위라고 생각된다. 물론 모든 사건은 정치적이고 이것을 활용하려는 것은 진보와 보수 세력을 막론하고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도 정도껏이고 그래도 되는 일이 있고,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 있다. 김현희는 스스로를 돌아보아 자숙해야 마땅하고, <조선일보>는 과거 자신들의 잘못을 돌아봐야 한다. 적어도 KAL기 폭파사건과 관련하여 김현희와 <조선일보>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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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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