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거리 대학로에서 뮤지컬 <포장마차> 를 보고
조상연
어느 날, 역시나 딸들과 뮤지컬을 보러 갔다. 당시 관람객은 50여 명. 나를 제외한 다른 모든 관람객들은 20대로 보였다. 나는 별로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른 관객들은 나를 의아한 눈으로 쳐다봤다. 무슨 상관이랴, 나는 뮤지컬을 보는 내내 다른 20대들과 박수를 쳐가며 웃고 즐겼다.
간혹 젊은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는 나이 든 사람들을 보면, 대개 무표정하거나 그들을 가르치려고 든다. 그리고 젊은이들의 말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니 웃을 때 못 웃고, 남들이 손뼉 치며 동조할 때 멍하니 앉아있게 된다. 하지만 나는 누구를 가르치려고 하지도, 나이 먹은 것을 자랑삼아 말하지도 않는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자랑할 일이 없다. 왜냐고? 아무리 생각해도 젊은 친구들보다 내가 잘하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그들과 어울리면서 내 실제 나이를 잊어버리기도 한다.
두 딸과 함께한 수련(?), 그리고 젊은 사고 방식 덕분인지 때로는 젊은 친구들보다 내가 더 난리를 쳐가며 적극적일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젊은 친구들은 날 향해 외치곤 한다.
"형!" "오빠!"이 한 마디는 별것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불러주는 친근한 호칭 속에는 그들과의 '소통'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런 호칭에 목숨을 거는지도 모르겠다.
"아빠, 창피해 죽는 줄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