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VIP 보고' 문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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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합리적 의심'을 뒷받침하는 증거물이 최근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설치(2008년 7월 21일)된 지 한 달 뒤인 8월 28일 작성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업무추진 지휘체계' 문건에 따르면, 공직윤리지원관실은 VIP에게 절대적으로 충성하는 인사들로 구성된 비선조직이라고 규정돼 있다. 설립 이유와 목적, 당면 과제와 함께 VIP가 보고 대상으로 적시돼 있다.(관련기사는 '공직윤리지원관실 업무추진 지휘체계' 전문 참조)
구속된 진경락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총괄과장이 작성한 이 문건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는 공직윤리지원관실을 국무총리 산하에 두는 제1안과 BH(청와대) 민정비서관 산하에 두는 제2안의 장단점을 비교 검토한 끝에 국무총리 산하에 설립했다. 그러면서 최종 검토의견에 "VIP께 일심(一心)으로 충성하는 별도 비선을 통해 총괄지휘"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운용의 묘를 살려, 통상적인 공직기강 업무는 국무총리가 지휘하며, 특명사항은 VIP께 절대 충성하는 친위조직이 비선에서 총괄지휘" 한다고 돼 있다. 형식상의 직제는 총리실에 두되, 청와대의 '비선 친위조직'이 총괄지휘하는 변칙을 쓴 것이다. 편법 운용의 명분은 "정부의 모든 권한은 대통령이 위임하기 때문에 정당성을 가지게 되고, 형식적인 업무분장에 구애될 필요가 없으며, 비선활용은 추후 레임덕 방지를 위해서도 긴요"하다는 거였다. 이걸 보더라도, 'VIP께 절대 충성하는 비선 친위조직'의 실체는 MB 보위를 위한 게슈타포인 것이다.
그렇다면 보고 체계는 어떻게 돼 있을까? 문건에는 "(보안 유지를 위해) 보고라인은 최대한 줄이되 사안의 경중을 고려하여 ▲ VIP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 BH 비선→ VIP(또는 대통령실장)'으로 하고 ▲ 총리 보고는 '공직윤리지원관→ 총리'로 함"이라고 돼 있다. 보고 체계 역시 이원화했는데 그 기준은 '사안의 경중'이라고 돼 있지만, 실제로는 '민감성의 경중'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문건은 실제로 '운영상 유의사항'에서 "과거(김대중 정부 당시) 사직동팀이 곧바로 청와대 공격루트가 되었으므로 외양을 총리실 소속으로 하여 일상적인 것은 총리께 보고하되 민감한 사안은 절대 충성심이 보장되어 있는 비공식 선을 활용할 필요"라고 적시하고 있다. 공무원 조직에서 'VIP'는 대통령을 의미한다. 불법사찰 내용의 '최종 종착지'가 이명박 대통령이라는 이야기다. 진경락 총괄과장은 함께 구속된 이영호 고용노사비서관, 최종석 행정관 등과 함께 민간인 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의 핵심 멤버다.
지휘체계와 당면과제 등이 100% 실천된 'VIP 보고' 문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