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산동대책위삼산동대책위 김기남 씨는 식자재유통업에 9년째 종사하고 있다.한참 바쁘게 일해야 할 시간에 그는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농성장 옆으로 자신의 고객이 달인식자재마트를 출입하는 모습을 그냥 멍하니 지켜보며 벙어리 냉가슴을 쓸어내리는 날이 13일째다.
김갑봉
양측 갈등은 지속됐다. 그러던 중 달인식자재마트가 영업개시를 강행하자 지난달 4월 29일 대책위 상인들은 달인식자재마트 출입구를 막고 3차 농성에 돌입했다. 농성 당시 고추장과 된장을 바닥에 뿌리고 매장 유리에는 '대상 철수' 등이 적힌 스티커를 부착했다.
이에 달인식자재마트는 농성을 전개했던 대책위 상인 2명과 대형마트규제인천대책위 시민운동가 2명을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혐의로 삼산경찰서에 고소했다. 이에 삼산경찰서는 5월 10일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삼산동대책위 상인들은 '법을 어기고 있는 것은 오히려 달인식자재마트'라며 일단 경찰 출석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대상을 상대로 사업조정을 신청했던 김기남씨는 "일시정지를 지키지 않고 법을 어겨가며 장사를 하는 쪽은 달인식자재마트다. 그런데 그냥 쳐다보고만 있으라는 게 말이 되냐? 이렇게 부분적으로 매장을 막고 있는데도 가게 매출이 15% 감소했다. 난 15kg들이 설탕을 1만8500원에 들여와 2만 원에 파는데 여긴 1만8000원에 팔고 있다. 근데도 보고만 있으라는 거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해 일단 출석을 거부하긴 했지만 김씨는 경찰차가 앞을 지날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했다. 그로써는 처음 겪어보는 일이 었다.
그는 "어제 1시 무렵 경찰차가 가게 앞을 지나는데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콩닥거렸다. 숨고 싶었고 도망가고 싶었다. 그리고 출석요구서에 출석하지 않으면 체포한다고 돼 있어 잡으러 왔나 보다 생각했다"며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하는지 생각하니 서글퍼지더라. 밥줄 끊길 판에 고소까지 당하니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 재벌의 탐욕이 참 무섭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