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직업병피해자 한혜경 후원음악회 포스터. 오는 4월 27일(금) 18시30분, 녹색병원 1층 로비(7호선 사가정역 1번출구)에서 삼성직업병피해자 한혜경 후원음악회가 열립니다.
이현정
노무사가 돈을 제시했을 때, 어머니는 흔들렸다고 합니다. "한꺼번에 주든, 연금식이든 힘든 생활을 끝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혜경씨한테도 "엄마가 죽겠어서 그러니 합의를 하자"고 했데요. 그런데 혜경씨가 "화장실벽 쪽에 딱 붙어서, 자기는 죽어도 못 한다고, 자기는 반올림 식구들 배신 못한다"고 했답니다.
"삼성이 돈을 쉽게 주지도 않았겠지만, 그때는 진짜 많이 흔들렸었어요. 혜경이가 진짜 대단한 애예요." 혜경씨와 어머니는 진행 중인 행정소송에서 안 되면 고등법원, 대법원까지 갈 결심입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주변 사람도 많이 말렸지만, 희망을 보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있었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노동자의 최초 직업병 산재인정도 그렇고, 혜경씨에게 들어오는 후원도 힘이 됩니다. 어렵게 다른 시선을 가진 사람들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사람 중에는 "삼성에 혜경씨만 일했던 것도 아닌데, 꼭 삼성 탓이라고 할 수 있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고요.
어머니는 아직 그런 질문을 직접 받아본 적은 없지만, 만약 누군가 얘기를 한다면 "삼성에 식구를 한번 보내 봐라. 가서 똑같이 한 라인에서 몇 년간 일을 해봐라"고 얘기하고 싶데요. 지금은 삼성이 투자를 많이 해서 시설이 좋아졌지만, 혜경씨가 일할 때 만해도 엄청 낙후된 현장이었다고 합니다.
TV에 나오는 방진복 입은 모습이 좋아 보이지만, 그 방진복이란 게 사람을 위한 게 아니라 제품에 먼지 안 묻게 하려고 입는 겁니다. 혜경씨와 어머니는 혜경씨가 처음 걸었을 때의 감정을 잊을 수 없습니다. 운동 치료 때, 담당 선생님이 손가락 하나를 등에 살짝 댄 채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세 발자국 이상 가는 걸 보고 "아! 되는구나. 이제!"라고 했답니다.
그날 저녁 병동 간호사실에서 병실까지 혼자 걷는 연습을 했는데, 혜경씨도 "엄마! 되는구나, 되는구나"라고 복받쳐 기뻐했어요. 너무 좋아서 진짜 많이 울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운동치료 선생님 손을 안 잡고, 8~10 발자국을 걷습니다. 혜경씨랑 한 팔을 끼고 사가정역까지 걷고, 에스컬레이터 타고 춘천집에 갔다 왔던 그날의 심정을 어머니는 "날아갈 것 같았다"고 표현했습니다. 혜경씨는 그때를 기억하고 있을까요?
"말도 못하게 좋죠. 어휴~ 벌써 몇 년이야? 7년…. 7년을 못 걷다가 걸었어요. 하룻밤을 7년이라고 생각하면 천당하고 지옥이에요. 지옥에서 천당 올라가는 기분! 그렇게 좋았어요." 혜경씨는 걷게 되면, 스포츠 마사지 자격증을 따겠답니다.
"손에 힘이 없어서 힘들 거라고 해요. 그래도 스포츠마사지 자격증 딸 거예요. 그거 잘하면 뇌출혈 환자들 걸을 수 있데요. 그분도 잘 걷게 해주고 싶어요. 특히, 우리 엄마를 마사지해 줄 거예요."
"혜경씨, 효녀네요."
"효녀라니요? 엄마는 저를 위해 고생을 많이 하셨어요. 제가 이렇게 안 됐으면, 얼마나 좋아요." 어머니는 저를 친구들이랑 함께 여행하라고 해요. 넉넉하지 않은 살림 탓에 고등학교 때도 아르바이트만 했어요. 졸업 전 삼성에 입사해서 만날 시간에 쫓겨 생활하다가 퇴사하고 보니, 혜경씨에게 추억이 없어요. 그런 혜경씨에게 추억을 만들어 주고 싶어합니다. 2012년 혜경씨와 어머니에게 딱 한 가지 소망이 있답니다. '혜경씨 힘으로 걸어서 어머니와 함께 춘천 가는 것'
2012년 12월, 걸어서 녹색병원을 나서 춘천으로 떠나는 혜경씨와 어머니를 배웅하고 싶습니다. 혜경씨를 응원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