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무신정권 시기를 다루고 있는 MBC 드라마 <무신>. 사진은 주인공 김준(김주혁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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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신정권의 성립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있다. 그것은 무신정권 성립 이전 200년간의 동아시아 국제관계다. 지역 국가들 간의 외교적 연대가 유난히 취약했다는 점에서, 이 시기 동아시아 국제관계는 상당히 독특했다.
이 시기는 성격상 두 기간으로 세분된다. 제1기에는 거란족 요나라가 상대적 우위를 점한 가운데 요나라·북송·고려·일본이 세력균형을 유지했고, 제2기에는 여진족 금나라가 상대적 우위를 점한 가운데 금나라·남송·고려·일본이 세력균형을 유지했다. 이 시기에 지역 국가들 간의 연대가 매우 약했다는 점을 입증할 만한 사례는 상당히 많다.
제1기에 요나라는 상국이었고 고려는 신하국이었다. 하지만 요나라는 고려를 함부로 다룰 수 없었다. 요나라가 세 차례나 고려를 침공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때 활약한 인물들이 서희와 강감찬 등이다.
전쟁에서는 고려가 승리했지만 경제력이나 영토 크기에서는 요나라가 앞섰기 때문에, 요나라가 상국이 되고 고려가 신하국이 된 것이다. 이런 일은 동아시아 역사에서 자주 발견되기 때문에, 그리 이상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상국인 요나라는 "여진족이 발흥하지 못하도록 견제하자"며 고려에게 세 차례나 파병을 요청했지만, 신하국인 고려는 번번이 퇴짜를 놓았다. 상국과 신하국 간의 연대가 매우 취약했던 것이다. 요나라의 패권이 그다지 강하지 않았던 것이다.
제2기에는 남송이 "여진족 금나라를 견제하자"며 고려에게 파병을 요청했지만, 고려는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제2기 최강인 금나라가 고려와 동맹을 체결한 상태에서 남송이 그런 제의를 한 것은, 금나라와 고려의 동맹관계가 그리 견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신정권 이전 200년간은 동아시아 국가들 간의 외교적 연대가 유난히 취약했다. 동맹관계의 당사국들이 동맹을 중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제3국도 그런 동맹을 우습게 여기곤 했다. 지역 국가들을 통합할 만한 절대 강자가 없었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이런 현상은 고려 조정 즉 고려 문신정권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했다. 무신정권을 잉태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동아시아의 '동업자 관계', 무신정권 해석할 열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