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열 초상화.
장서각 디지털 아카이브
1694년에 서인당은 정권을 되찾았다. 이때부터 왕조 멸망 때까지 서인당의 독주체제가 계속됐다. 당파 활동이 금지된 영·정조 시대에 실질적인 집권세력 역할을 한 것은 서인당의 분파인 노론당이었다.
19세기 전반기에 외척이 되어 국정을 독점한 것도 역시 서인당의 후손이었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길 당시의 지배층도 기본적으로 서인당의 후손이었다. 이런 장기집권은, '잃어버린 11년'에 쇼크를 받은 서인당이 두 번 다시 정권을 내주지 않으려고 독주체제를 공고히 한 결과였다.
서인당은 반성할 줄 모르는 당파였다. '잃어버린 11년' 이후로 정권을 사수하는 데만 혈안이 되었을 뿐, 집권당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잃어버린 11년'으로부터 아무 교훈도 얻지 못한 것이다.
서인당은 세상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에 대해 둔감했다. 그래서 그들은 서민층의 외면을 받는 당파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시대적 변화에 둔감했음을 보여주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서민층의 정치적 성장을 억누르는 데만 급급했다. 조선 후기에는 서민층의 경제적 성장이 두드러졌다. 합리적인 집권당이라면, 부유해진 서민들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이려 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정치 시스템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인당은 서민 출신 엘리트들과의 권력 공유를 거부했다. 서민층의 경제력 향상이 정치적 성장으로 이어질 것을 두려워한 서인당은 사대부들의 특권을 공고히 하는 데만 주력했다. 기존 예법(사회질서)을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한 예학(禮學)이 그들 사이에서 발달한 것이 이 점을 증명한다.
둘째, 노비제도의 해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18~19세기에는 노비제도가 위기에 봉착했다. 노비들이 가혹한 노동조건을 거부하고 주거지를 이탈하여 임금노동자로 변신하거나 주인에게 대들거나 주인을 살해하는 일이 급증했다. 주로 노비들이 산업생산을 담당했기 때문에, 노비제도의 위기는 경제체제의 위기나 마찬가지였다. 오늘날로 치면 노사관계의 파탄에 해당하는 사안이었다.
하지만, 서인당은 변화에 둔감했다. 그들은 노비제도를 손보려 하지 않았다. 물론 부분적으로 법령 개정이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노비제도에 대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에는 어림도 없는 수준이었다.
'잃어버린 11년' 안타까워하다, '잃어버린 35년' 초래한 서인당결국 조선의 노비제도는 1894년에 일본군에 의해 폐지되었다. 동학농민군을 진압하기 위해 침략한 일본군이 조선인들의 환심을 사고자, 친일파 정권과 협력하여 노비제도 폐지를 단행한 것이다.
1894년 이전까지 근 2백년간 조선의 노비제도 즉 노사관계는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상태로 운영되었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얼마나 컸을지는 두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현실과 제도의 불일치를 좀더 빨리 손보았다면, 산업생산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18세기 후반에 일본이 조선을 추월한 이유 중 하나는, 17~18세기 조선이 상대적으로 정체상태에 머물렀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도 서인당은 이런 문제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오로지 권력을 공고히 하는 데만 집착했다. 이런 직무유기가 결국 1910년 국권상실로 이어진 것이다. '잃어버린 11년'을 안타까워하다가 '잃어버린 35년'(일제 강점기)을 초래한 것은 서인당과 그 후예들의 책임이다.
서인당은 자신들이 잃어버린 것에만 신경을 썼지, 자신들의 욕심으로 인해 세상이 잃어버린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조선 후기의 정권교체가 오늘날처럼 선거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서민들은 '잃어버린 11년'에만 집착하는 서인당에게는 절대로 표를 주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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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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