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를 포기한 인상이 녀석과 함께 토란을 심었습니다.
송성영
"그만 자고 일어나."아침 7시 30분. 고등학교를 포기하고 집에서 공부하기로 한 인상이 녀석이 늦잠을 잡니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한창 등교을 서두르는 시간임에도 늘어지게 잠을 잡니다. 밤늦게까지 기타나 드럼을 치고 때로는 책을 보거나 컴퓨터 게임을 하기 때문입니다.
보름 전, 녀석과 머리를 맞대고 대략 일일 계획표를 짰습니다. 하루 여덟 시간을 공부시간으로 정해놓았습니다. 검정고시를 위한 영어를 비롯한 학과 공부 3시간. 책읽기 2시간. 인터넷 등을 뒤져가며 칼 만들기나 목공에 관련된 자료 찾아 나서기 3시간, 그 나머지는 자유시간으로 드럼이나 기타를 치거나 작곡을 하고 컴퓨터 게임을 해도 상관없습니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친구들을 만나 신나게 놀거나 여행을 하는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계획표를 짰다고는 하지만 군대나 학교에서처럼 못 박아 놓듯이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얼마든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바꿀 수 있습니다. 아무튼 녀석의 책상머리에 붙어 있는 계획표대로라면 아침 7시 30분, 잠자리를 털고 일어나 곰순이와 함께 바다 산책을 나서는 시간입니다. 다른 시간들은 대충 실행에 옮기고 있지만 아침 산책 시간 만큼은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습니다. 녀석 나름대로 계획표 대로 움직이기 위해 핸드폰에 '알람시계'를 맞춰놓고 있지만 소용없습니다. 영등철로 접어들면서 바다 바람이 거칠다는 핑계로 나 또한 게으름을 피우고 있습니다.
"인저 날 풀렸으니께, 오늘부터 바다 산책 나가자 잉."녀석이 부스스 일어납니다. 녀석은 어떤 것을 요구하면 거부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런 녀석의 성품을 잘 알고 있기에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침 8시가 다 되어 녀석과 함께 아침 바다로 나섭니다. 바다로 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지 물 만난 고기처럼 펄쩍펄쩍 뛰어대는 곰순이의 목줄을 풀어 함께 나섰습니다.
"너무 방안에서만 있으면 묶여 있는 곰순이와 다를 바 없는 겨. 아침 산책 나서면 곰순이 한티도 좋고. 너도 좋잖어? 아빠한티도 좋고. 일어날 때가 힘들어서 그렇지 막상 바다에 나오니께 좋지?""응 좋아.""학교 안 간지 한 달이 다 돼가고 있는디, 기분이 어뗘?""아직은 잘 모르겠어." "너 저번에 고등학교 다니는 친구들 만나 봐서 알잖어. 다들 힘들다고 하지?""응""검정고시는 부담 갖지 말어, 서두를 것 없어. 그냥 천천히 준비 하믄 돼. 지금처럼 책 좀 읽어가면서 니가 하고 싶은 칼 만드는 자료 찾아보고 준비하면 돼." 녀석은 전통 칼 만드는 사부의 연락을 기다리며 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인터넷을 기웃거리고 있습니다. 지난번 <오마이뉴스>에 녀석이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칼 만들고 싶다는 기사를 올렸는데, 그걸 보고 몇몇 분들이 칼 만드는 동영상 사이트를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또 미국에서 돌칼을 만든다는 교포 분은 이메일을 통해 자료를 챙겨 보내주기도 했습니다.
스스로 공부 시작한지 보름 째,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