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KBS,YTN 노조원들과 시민들이16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방송3사 공동파업 콘서트-방송 낙하산 퇴임 축하쇼'에서 김재철 MBC 사장, 김인규 KBS 사장, 배석규 YTN 사장의 사퇴와 공정방송 등을 요구하며 함성을 지르고 있다.
유성호
- MBC 간판 예능 '무한도전'이 파업 첫 주부터 결방되었는데, KBS는 그런 프로가 없다는 거죠?"말했듯이 KBS는 과거에도 2주 만에 드라마나 예능이 결방되지 않았어요. 결방이 언제 날 것이냐가 중요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파업의 의미를 알리는 것이 더 중요해요. 과거에는 프로그램 결방 같은 방식으로만 파업을 알렸다면, 지금은 양상이 달라졌어요. '리셋 KBS뉴스9'를 통해서 하는 거죠."
- 언론노조 박대용 민실위부위원장은 "'뉴스타파', '제대로 뉴스데스크', '파워업PD수첩', '리셋 KBS뉴스9'가 연대해 총선 보도를 해 나갈 것"이라고 하던데 자세히 설명해주세요."현재 논의 중입니다. KBS, MBC, YTN이 연합으로 할 거에요. 총선 보도는 후보자 공약을 검증하거나 쟁점 사안에 대해 공중파 뉴스에서 막힌 사안을 '리셋 KBS뉴스9'이나 '제대로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하는 방법이 있고, 3사가 연합으로 하나의 프로를 만들 수도 있겠지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죠. 공중파는 아니지만, 방송 3사가 인터넷 매체를 통해서 총선 감시 활동과 보도를 하는 것은 사상 최초의 일이죠."
- 제가 볼 때 KBS는 타 방송 노조에 비해 약한 것 같은데,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글쎄요. MBC는 1990년대 방송 민주화 투쟁 이후로 가장 최대 수위의 싸움을 하는 것 같아요. 그만큼 김재철 사장의 실정이 컸고, MBC 구성원의 열등감이 컸다고 봐요. 이에 KBS는 아직 MBC 정도의 정점에 도달한 상태는 아니죠. 파업을 시작한 지도 MBC에 비하면 아직 얼마 안 되고요. 한편으로 저희가 반성을 해야 할 부분이죠.
2008년에 정연주 사장이 쫓겨나고, 이병순과 김인규 사장이 오면서 탄압 강도가 MBC보다도 셌어요. 그 탄압에 무뎌진 측면도 있었고, 자기 체념이랄지 등 체화된 면도 분명히 있었다고 봐요. 상대적으로 국민이 보기에 강도가 약한 것으로 보일 수는 있는데, 중요한 것은 흐름이라고 봐요. 2010년에도 파업이 있었지만, 지금은 김인규 사장의 불공정 방송과 실정에 대해 좀 더 높은 강도로 싸우고 있어요."
- KBS는 현재 노조는 어떤 상황인가요? "저희는 노조가 두 개죠. 복잡한 역사가 있는데, 대략 말씀드리자면 정연주 사장 때부터였어요. 당시 노조가 하나였는데, 상황을 둘러싸고 내부구성원들의 시각차가 엄청나게 컸죠. 그때는 노동조합이 정 사장 퇴진에 올인했었죠. 이런 표현이 어떨지 모르지만 정권으로 인해 정 사장 퇴진에 동조했다고 볼 수 있죠."
정연주 전 사장 퇴진 시점에 KBS 노조가 두 개로 나눴다- 왜 퇴진을 요구한 건가요?"복잡한 문제에요. 노조에서 정 사장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했었죠. 상당수 구성원은 정 사장에 대한 호불호로 퇴진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어요. 정권 교체 시점에서 방송장악을 도와주는 것이니냐는 것, 거기에 상당히 심각한 의견차이가 있었던 것이죠. 그 뒤 김인규 사장이 출범했는데, 기존 노조에서 총파업 찬반 투표를 했고, 그게 부결이 됐어요. 그리고 김 사장을 인정하는 수순에 들어갔죠. 당시 사원행동이 있었어요. 사원행동측에서는 지도부가 일괄적으로 퇴진하고, 새로운 싸움을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노조 집행부는 반대하는 입장이었죠. 결국 새노조가 결성된 것이죠.
현재 기존 노조인 'KBS 노동조합'은 지배구조 개선에 집중하고 있어요. 구노조는 'KBS 사장 선임 구조를 바꿔 법제화해야 한다'인데, 새노조는 지배구조 개선 자체는 의미가 충분히 있다고 보지만 근본적으로 제도가 잘못되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가는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고, 물론 제도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일차적으로 언론 장악 체제를 청산하는 것이 시급한 목표라고 생각하지만 약간의 시각차가 있죠. 현재 노동조합은 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있어요.
- MBC 김재철 사장과 KBS 김인규 사장을 비교한다면…."MBC 사장 중 김재철 사장만큼 MBC를 말아먹은 사람은 없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1990년대 중반 강성구 사장 시절 MBC가 어려워서 MBC 사장 중에 최악이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그것보다 더 최악이라고 MBC는 말하고 있어요. 또 김재철 사장은 도덕성 논란도 있잖아요. 한편으로 보면 방송 공정성을 망가뜨린 것으로 따지면 김인규 사장은 김재철 사장보다 훨씬 더한 사람 같아요.
김인규 사장은 MB 특보 출신이잖아요. 특보 출신이 KBS 사장이 되면 안 되거든요. 1990년에 방송 민주화 투쟁의 계기가 뭐냐면 당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서기원 사장을 낙하산으로 내려보냈는데, 반발해서 투쟁이 일어난 것이고, 그 이후엔 정치권에 직접 몸담은 사람은 KBS 사장이 될 수가 없었어요. 그것은 일종의 사회적 합의였죠. 김인규 사장이 그 룰(rule)을 깨고 KBS 사장이 된 것이죠. KBS는 김인규씨가 사장이 되는 순간 20년은 후퇴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 KBS 파업이 MBC 파업에 묻어가려는 느낌이 드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이런 표현은 적절치 않아요. 2월 초에 부당징계와 막장 인사 사태가 있었죠. 사측은 총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 2월이면 파업하기 전인데, 왜 그런 일이 있었죠?"김인규 사장이 출범한 다음에 노조가 결성됐는데, 단협을 인정 안 했어요. 2010년 7월에 29일간 파업을 했었고, 단협이 쟁취 된 다음에 첫 번째 공정방송위원회가 열렸죠. 그때 '추적60분' 4대강 불방 사태가 터졌고, 저희는 정부에서 압력을 넣었다는 문건을 공개했죠. 사측이 그 다음날 인사위원회에 회부를 했어요. 그것을 보복조치로 봐요. 지난 연말에 징계한다고 했었는데,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징계를 못 했어요. 그러다가 올 2월에 심한 부당징계를 한 것이죠.
또 하나는 단협상에 본부장에 임명되면 1년 후 신임평가를 하게 되어 있거든요. 고대영 본부장의 신임평가를 했는데, 그동안 편파방송을 주도했다고 해서 제적 3분의 2 이상이 불신임했어요. 단협에 따라 보도본부장이 물러날 수밖에 없었는데, 문제는 고 본부장이 물러난 다음에 이화섭씨를 본부장으로 불렀죠. 이 본부장은 2010년 '추적60분' 4대강 불방을 비롯한 박재완 수석의 논문 이중게재 아이템을 뉴스에서 불방시키는 등 상당히 많은 불공정 방송 전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내부 구성원 특히 보도본부 조합원들은 절대 본부장이 되면 안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사람을 불렀죠. 결국, 부당징계와 막장 인사가 동시에 터져 파업을 하게 된 것이죠. 시기적으로 그것이 총선을 앞두고 있으니까 '총선을 겨냥해서 파업하는 것 아냐'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죠."
"MB 특보 출신 김인규 사장 때 KBS 시스템 망가졌다"- 파업 목표는 김인규 사장의 퇴진입니다. 이에 대해 염경철 위원장은 "사장 한 명 바꾼다고 KBS가 변하지 않는다"면서 "김 사장을 따르는 구성원도 적지 않다"고 했는데…."맞는 말입니다. 가장 큰 문제의 원인은 사장에게 있겠지만, 사장이 바뀐다 하더라도 내부 구성원이 개혁하고자 하는 힘과 의지가 없다면 어느 정권에 어느 사장이 와도 안 되거든요. 저희는 2008년 이후 망가진 KBS를 복원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봐요. 예를 들어 과거에는 탐사보도팀이 권력의 비리를 심층적으로 보도해서 혁혁한 공을 올렸는데, 해체됐어요. 또 시사투나잇 같은 프로를 다 없앴어요.
'KBS스페셜' 같은 프로그램에서 시사 아이템은 잘 안 다룹니다. 뉴스 같은 경우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권에 비판적인 건 안 나옵니다. 생활 밀착형 뉴스만 나오죠. 이병순, 김인규 사장 특히 김인규 사장 때에 KBS 시스템이 너무 망가진 것이죠. 계속 복원하는 과정인데, 김 사장이 그만둔다 하더라도 계속해야 할 과정이고, KBS가 국민의 방송으로 작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갈 과정입니다."
- 김 사장이 물러나도 또 다른 낙하산이 올 수도 있는데…."그렇다면 똑같은 방법으로 싸우는 수밖에 없죠. 정부에선 언론장악이 없었다고 하지만 파업에서 드러났듯이 언론장악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저희는 이런 싸움이 헛되지 않으리라고 봐요. 언론 자유를 위해 싸웠던 성과가 더 안 좋은 결과로 되풀이 될 수는 있겠지만 지금 싸움이 토대가 돼서 지금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파업하게 되면 선거보도가 잘 안되고, 유권자 후보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후보 검증이 잘 안 될 것 같은데 어떻게 보십니까?"물론 저희도 그런 부분을 생각 안 할 수가 없죠. 취재현장에 있어야 할 사람들이 파업현장에 있기 때문에 선거보도를 그만큼 못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그럼 파업 전에는 보도를 제대로 했는가? 또 올바른 진실을 전해 줬는가?' 생각해봐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파업하는 거거든요. 그럼에도 기자와 PD가 펜을 놓고 파업을 하는 것이 마냥 즐겁지는 않죠. '내가 이럴 시간에 한 발이라도 더 뛰어서 진실을 알려줘야 하는데'라는 생각을 분명히 밝힐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전까지 보여준 KBS가 너무 실망스러워서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어요."
- KBS 파업에 대한 시선은 MBC 파업에 대한 시선보다 더 차가운 듯 합니다. 그중 하나가 정권 나팔수에 대한 사과와 함께 사건에 대한 반성이 없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도청사건이나 수신료 인상 문제에 대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 같은데…."반성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국민에게 사죄했지만, 국민에게 안 다가갔던 것 같아요. 또 KBS 잘못이 워낙 컸기 때문이죠."
도청의혹사건 무혐의 처리됐지만 끝났다고 보기 어려울 것- 도청사건에 대한 새노조 입장은 뭔가요?"수신료 현실화는 공영방송의 공적 책무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사회적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저희의 시종일관 된 입장이죠. 그러나 김 사장은 다른 방향으로 추진했죠. 공정방송을 위한 사회적 합의와는 반대로 했죠. 그래서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고, 도청의혹사건은 경찰에서 무혐의 처리됐지만 끝났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진다고 봅니다."
- 수신료 인상 문제의 쟁점은 수신료를 올리는 대신 광고를 종편에 준다는 것 같은데…. 결국 종편 먹여 살리는 것 아닌가요?"KBS는 사회적 기구가 되어야 해요. 사회적 기구가 되기 위해서는 수신료 인상이 반드시 필요한데, 그 방식에서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두 번째 KBS 경영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도 과연 수신료 인상이 KBS 경영 개선에 도움이 되는가를 KBS 구성원으로서 냉철하게 따져봐야 합니다. 지금처럼 종편을 위해서 광고를 빼고, 수신료를 올린다고 한다면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받아들일 수 없죠. 그런데 내부에서조차도 이성적 논의가 안 된 것 같아요. 수신료 인상이 무조건 선이라는 식으로 논의된 것 같아요."
- 언론사 파업에 공권력 투입 얘기가 살짝 나왔습니다. 언론사, 특히 공영방송사에 공권력 투입 가능할까요?"잘 모르겠지만,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지금 일어나는 일이 상식적이라서 일어난 일은 아니죠(웃음)."그게 문제죠. 상식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이 일어났죠(웃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으로 봐요."
- 마지막으로 국민에게 한 말씀 부탁 드려요."저희가 지쳐 있는 만큼 국민도 많이 지친 것 같아요. 이 싸움에 많은 지지를 받지만 아직 전폭적인 지지는 아니라고 보고, 그만큼 저희가 반성하고 앞으로는 이런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가 파업을 하지만, 다른 언론사에서 보도를 안 하니까 저희도 답답하거든요. 이렇게 큰일이 벌어지는데, 다른 언론사에서 보도를 안 해요. 처지를 바꿔 생각하면, 그간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보도하지 않은 방송사에 대해 얼마나 답답했을까를 생각해봐요. 저희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언론 암흑기가 이젠 없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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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뉴스데스크'?...우린 '리셋 KBS뉴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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