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8월 12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김대중도서관을 방문하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아버지 시절 여러가지로 피해를 입으시고 고생한 데 대해 딸로서 사과말씀 드린다"고 사과했다.
연합뉴스
"세월이 흘러 그의 맏딸 박근혜가 나를 찾아왔다. 박정희가 세상을 떠난 지 25년 만이었다. 그녀는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의 대표였다. 2004년 8월 12일 김대중도서관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나는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 박 대표의 손을 잡았다. 박 대표는 뜻밖에 아버지 일에 대해서 사과를 했다. '아버지 시절에 여러 가지로 피해를 입고 고생하신 데 대해 딸로서 사과 말씀드립니다.' 나는 그 말이 참으로 고마웠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구나' 했다. 박정희가 환생하여 내게 화해의 악수를 청하는 것 같아 기뻤다. 사과는 독재자의 딸이 했지만 정작 내가 구원을 받는 것 같았다." - <김대중 자서전> 1권 385~386쪽'구원'이라고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신을 죽음 직전까지 몰아붙였던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의 잘못을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사과한 것에 대해 "참으로 고마웠다", "구원을 받는 것 같았다"고 기뻐했다. 이 정도면 박 위원장으로서는 잘한 사과였고, 김 전 대통령으로서도 흡족한 사과였다.
박근혜 위원장은 13일 부산 KNN 본사에서 진행된 9개 지역민방 공동초청 토론회에서 "산업화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피해를 입으신 분들에 대해서 저는 항상 마음으로부터 죄송한 마음을 가져왔다, 그분들께 제가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는 대선 경쟁자로 급부상하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박 위원장을 향해 "박정희 유신독재와 유신체제 시절의 인권유린에 대해 한 번도 잘못된 것이 있다고 시인한 적이 있느냐"고 비판한 데 대한 '응답'으로 보인다.
박 위원장이 아버지 시대의 잘못에 대해 사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7년 7월 대선후보 경선 때 검증토론회에서 유신체제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라면서도 "다만 유신 시대에 민주화운동에 헌신했거나 희생 또는 고통 받으신 분들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사과는 끊임없이 그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결정적으로 인혁당재건위 사건과 정수장학회 문제에 대한 그의 태도 때문이다. 그는 2007년 1월 인혁당재건위 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판결이 내려지고, 유신시절 판사 명단 공개가 추진되자 "나에 대한 정치공세"라고 비판했다.
같은 해 7월 당내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기회될 때마다 유신 피해자에게 사과한다고 했는데 인혁당 사건 희생자 가족 등이 만남을 요청하면 응할 의향이 있나"라는 원희룡 의원의 질문에 "제가 진심으로 사과드리는 것은 민주화를 위해 순수하게 헌신한 분들인데 또 한 부류의 세력이 있고 이들은 친북의 탈을 쓰고 나라의 전복을 기도한 사람"이라며 "이는 분명 잘못된 것 아닌가. 이것이 혼동되면 진심으로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답했다.
그는 "법원에서 정반대의 두 가지 판결을 내렸고 그렇다면 뭐가 진실인가. 역사적 진실은 한 가지밖에 없다. 앞으로 역사가 밝혀주기를 바란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2007년 법원은 무죄판결을 내렸지만 유신헌법은 이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는데 어느 게 진실이냐는 반문이다.
직접 만나 사과한 대상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유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