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간판이 눈에 띈다. 4.11 총선 전쟁이 한창이지만 영등포 유권자의 표심은 냉랭하다.
최육상
"공천 못 받으니까 '박근혜 그릇이 그것밖에 안 된다'고 욕을 하더니 전여옥 지 그릇은? 무소속으로 출마 안 한다고 한 게 다른 당(국민생각)으로 가는 거였어?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거기서 신장개업할 모양인데, 염치가 있으면 최소한 업종을 바꾸라고 해."서울 영등포역 맞은편 유흥가 골목에 자리한 노인회관 건물 앞에서 만난 한 노인은 다짜고짜 화부터 냈다. 그는 "전여옥이고 뭐고 국회의원이라는 작자들이 하는 짓이, 어째 요 앞 포장마차 주인보다 못 하다"며 "가게만 옮겨서 똑같은 주인에 똑같은 음식으로 신장개업할 모양인데, 그게 말이 되느냐"며 혀를 끌끌 찼다.
전여옥 의원이 새누리당(구 한나라당)에서 국민생각으로 당적을 바꿔 또다시 국회의원에 도전하려는 행태를 비판한 것이다.
전여옥 의원 인지도는 최고, 정치 불신은 심각전여옥 의원의 유명세 탓일까. 지난 11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만나 본 서울 '영등포갑' 선거구 주민들은 정치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드러냈다.
"집에 왔던 손님도 갈 때는 공손하게 인사하고 간다. 그런데, 정치인들은 그냥 가면 그만인 줄 안다. 그래놓곤 뻔뻔하게 다른 데 가서 또 굽실거리고…. 이번에는 투표 안 할 거다."지하철 2호선 당산역 부근 모아파트단지 앞에서 만난 40대 남성은 아예 투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전여옥 의원이 다른 당으로 가는 건 자유라지만, 뽑아준 유권자에게 정중하게 사과라도 하고 가는 게 도리 아니냐"고 되물었다.
당산역은 지하철 2호선이 강남에서 강북으로 넘어가기 바로 직전에 있다. 한강을 바라보며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모여 있고, 학원가와 아웃렛매장 등도 있어 주말과 평일 상관없이 사람들로 붐빈다.
당산역 부근의 한 미용실. 조심스레 총선 이야기를 꺼내자 40~50대로 보이는 여성 3명이 머뭇거리면서 말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