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출마 지역인 광주 서구를 누비는 이정현 후보.
이정현
이정현 후보는 "시민과 격의 없이 소통하기에 자전거만큼 신속하고 편리한 교통수단이 없다"며 보름째 자전거로 지역을 도는 소감을 말했다.
"정말 이 자전거만한 수단이 없어요. 만나고 싶은 주민을 다 만나려면 자동차는 너무 번거롭고, 걷는 것은 기동력이 떨어지는데,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자전거입니다. 굉장히 주민 친화적인 교통수단인 거 같아요. 힘들지 않냐구요?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근력이 붙고 체력은 훨씬 더 좋아졌어요."그는 기자와 대화를 하면서도 꾸준히 페달을 밟아 인근 아파트 상가와 도로를 돌았다. 대화 도중에도 자주 자전거를 멈추고 지나가는 주민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그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는 주민도, 그가 다가가 악수를 청하는 사람도 모두 "열심히 하라"고 덕담을 했다. 퍽 우호적인 분위기였다. 새누리당 후보자 한 명이 광주에서 의외로 선전하고 있다는 소문이 풍문이 아닌 듯했다.
"지역 정치판도 달라져야 한다는 주민의 욕구가 큰 것 같습니다. 2004년과는 정말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2004년 17대 총선에서 이 후보는 11만 유권자에게 고작 720표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그사이 유권자는 12만 명으로 늘었고, 예전처럼 그를 대놓고 냉대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택시 한 대가 급정거를 하더니 비상등을 켜고 멈췄다.
"이정현 의원님, 이쪽 지나다가 띠 두른 사람이 보이기에 의원님인 줄 알고 쫓아왔습니다. 저 엊그제 전화 드렸던 택시기사입니다. 저 이 의원님 팬이라고 말씀드렸죠? 근처 지나가다 의원님 뵈려고 일부러 왔다니까요. 이번엔 꼭 승리하셔야 합니다! 내가 아쉽게도 이쪽 주민이 아니지만 적어도 열 명은 보장합니다. 열심히 의원님 홍보하고 있습니다." 택시 운전사 김흥곤씨. 그는 "이 의원 팬"이라고 했다. 김씨처럼 이 의원을 대하는 시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이정현 개인은 지지하지만, 새누리당은 절대 'NO!' 입니다."하지만 다시 택시를 몰아 자리를 떠나면서 김씨는 이 말을 남겼다. 개인 '이정현'의 진심을 믿고 응원하지만, 그의 소속 정당 새누리당에는 거부감이 있다는 지역 정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다. 그는 전남 곡성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다녔다. 중학교는 순천에서 다녔고, 고교는 광주에서 마쳤다. 이쯤되면, '호남의 아들'이다. 그럼에도 그에게 호남은 높은 벽이었다.
"내 선거인데 왜 자꾸 그분 이야기를..."2004년 총선 당시엔, 그의 명함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찢어버린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그때와 비교하면 민심의 변화가 고무적이다. 이 후보는 지난 8년 동안 득표율 0.65%, 득표수 720표라는 '전설적인 성적표'를 쓸개즙처럼 핥으며 살아온 듯했다.
- 720표면, 의원님 친인척들도 안 찍었다는 결론인데요.""친인척은 고사하고, 그때 제가 너무 외로워서 위로 좀 받아볼까 하고 종친회를 찾아가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거기서조차 저를 반기지 않습디다. 친구들도 거의 외면을 했고요. 오죽하면 제 아버님께서 3일 동안 식음을 전폐하시면서 저에게 '주변 괴롭게 하지 말고 제발 멀리 좀 가서 해라'라고 하셨겠습니까. 그랬던 것이 지금은 음... 180도는 아니지만 한 120도 정도 달라졌어요. 주민들 분위기가 그만큼 우호적이라는 거죠. 승패는 유권자들 선택에 달렸지만 전 개인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과 희망이 넘칩니다."
- 사실 '박근혜의 남자' 이정현의 광주 출마는 가진 자의 여유 아닙니까? 솔직히 다른 지역 전략공천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았을 텐데요. "호남의 '미운 오리새끼' 이정현이가 비례대표 의원이라는 힘을 한꺼풀 더 갖춰 입고 지역구로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꾸준히 호남 예산 챙기기에 주력했던 만큼 저 자신도 떳떳합니다. 광주 서구 을은 투표권역상 지역구일 뿐, 전 호남 전체가 제 지역구라는 사명감으로 일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집권당 소속의 유일한 호남 의원인데 저 아니면 누가 호남을 챙깁니까? 그렇게 살신성인했던 제 경력을 수도권 출마로 희석시킬 순 없지요. 호남 이외의 지역구는 제게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역대 정권의 호남 차별도 인정합니다. 엄연히 존재하는 지역차별 현실을 부인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앞으로 전 인사탕평에 치중할 생각입니다."
여러 매체에서 누누이 밝혔던 이번 출마의 변을 그는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러나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도 잠시,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기자의 질문이 나오자 그는 다소 목소리를 높였다. 표정에도 불편함이 역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