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근 관장이 사재를 털어 만든 태평양전쟁 시기 일제 만행을 기록 복원한 제주 평화박물관. 가마오름 일본군 지하요새 건설 현장으로 강제징용된 아버지의 한과 슬픈 역사를 후대에게 알리겠다는 일념으로 평확물관을 건립했지만 수십억 원대의 빚만 짊어졌다.
제주평화박물관
전 재산을 털어 시작한 사업이었다. 식민시절, 일본군 지하요새를 만드는 강제징용에 동원되었던 아버지의 한을 풀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었다. 손수 자갈을 실어 날랐고, 어둔 굴속에 전기를 밝혀 탐방로를 만들었다. 하루에 관람객 한 명 오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았다. 일제의 만행을, 그 만행에 희생된 우리의 역사를 자라나는 청소년세대에 보여줄 유일한 체험장이라는 자긍이 있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그가 사재 털어 일본군 땅굴 발굴한 까닭은)
제주도 한경면 청수리에 있는 제주평화박물관(
www.peacemuseum.co.kr). 일본군 지하요새를 복원하고 2000여 점이 넘는 각종 유물 및 자료를 수집하여 2004년 2월에 개관한 박물관. 2006년에는 국가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308호)로 지정받았다.
하지만 운영비 지원은커녕 문화재 해설사라도 한 명 배치해달라는 부탁을 제주도는 무시했다. 그 흔한 '뜻있는 독지가'의 지원 한 푼 없었다. 오로지 이영근 관장의 사비와 빚으로 문을 열었고 지금까지 운영되어왔다. 그런데 일제가 저지른 가해역사의 현장을 오롯이 보존한 이 평화박물관이 일본인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처해 있다.
"국가 문화재를 개인이 관리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자본이 필요한 일입니다. 그동안 정부의 관계부처와 기관은 물론, 기업과 독지가까지 찾아다니며 국가문화재인 제주평화박물관에 대한 지원과 도움을 호소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어느 곳도, 그 어느 누구도 자금난을 해결할 수 있는 도움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되레 일본에서 수차례 매도 요청을 하는 것입니다. 처음엔 절대 그럴 순 없다며 거부했었습니다.그러던 중 은행 빚이 점차 커져서 수십억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자조차 갚지 못하여 집도 잃고 가족들이 모두 길거리로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일제강점기 강제노동의 현장인 문화재를 일본으로 매각해서야 되나 하는 죄의식으로 끝까지 버텨보려 했지만 이젠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극심한 고민으로 이 관장은 위 치아가 모두 빠져버렸고, 아래 치아도 전부 흔들리고 있다. 이 관장은 "일본으로 매각하지 않기 위해 뜻이 있는 분들의 기부금이나 정부나 지자체 및 기업에 매각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하여 노력하고 있지만 특별한 성과는 없다"며 "이럴 수밖에 없는 저를 질타하시더라도 이 상황만큼은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특히 그는 "무엇보다 염려되는 것은 아무래도 일본 사람이 인수하게 되면 일본의 시각에서 강제 수탈의 역사를 포장할 것 아니겠냐"며 "일제피해자의 역사를 간직한 평화박물관이 가해국인 일본에 넘어가야 하는 현실이 통탄스럽고 기가 막힐 뿐"이라고 말했다.
"나라에서 해야 할 일을 솔선해 하셨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