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드러난 강원도 골프장 "직권 취소 가능"

홍천군 구만리 골프장 사업 "환경영향평가서 등 거짓 작성됐다"

등록 2012.02.14 22:12수정 2012.02.15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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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골프장민관협의회(이하 민관협의회)는 "홍천군 구만리에서 진행 중인 골프장사업과 관련해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환경영향평가서', '야생 동식물상 정밀조사 보고서' 등이 거짓으로 작성되거나 부실하게 작성된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민관협의회는 골프장 사업자 측에서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등에서 문제가 확인된 이상 환경영향 등을 재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리고 전면적인 재조사 결과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에는 도지사에게 골프장 인허가를 직권 취소할 것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민관협의회가 현장조사를 통해 현재 강원도 내에서 추진 중인 골프장 사업장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따라서 이번에 실시된 현장조사 결과는 현재 강원도 내에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있는 다른 골프장 사업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현장조사는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 50일간 진행됐다. 현장조사에는 주민과 민관협의회 위원들은 물론, 사업자와 사업자 측 조사자(전문가)까지 참관했다.

 엠라인 리조트 건설 예정지. 사업자가 세워놓은 출입금지 푯말.
엠라인 리조트 건설 예정지. 사업자가 세워놓은 출입금지 푯말.성낙선

민관협의회는 14일 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1번지 일원에서 진행 중인 '엠나인 리조트 사업'을 식물, 포유류, 어류 등 3개 분야에 걸쳐 현장에서 직접 조사를 벌인 결과, 3개 분야 모두에서 거짓과 부실이 확인됐다며 증거 자료를 제시했다.

어류는 둑중개(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가 14개체나 있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엠나인 리조트(마운트나인 리조트)에서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에는 '확인하지 못함'이라고 표시되어 있고, 야생 동식물상 정밀조사보고서에는 '부지 밖에서 1개체 확인'라고 표시되어 있는 걸 확인했다.

엠라인 측 환경영향평가 현존식생도, 민관협 것과 달라

 엠라인 리조트 측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상 현존식생도(왼쪽)와 민관협의회 현장조사단이 작성한 현존식생도(오른쪽). 나무 종류별 군락지가 완전히 판이한 형태를 띠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엠라인 리조트 측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상 현존식생도(왼쪽)와 민관협의회 현장조사단이 작성한 현존식생도(오른쪽). 나무 종류별 군락지가 완전히 판이한 형태를 띠고 있는 걸 알 수 있다.성낙선

식물 분야 역시 내용이 많이 달랐다. 환경영향평가서 상의 '현존식생'과 '녹지자연도' 같은 경우, 유형이나 분포 위치 등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관협의회는 이 경우 현장조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평가서를 작성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법적 보호식물' 같은 경우에도 식물 종과 분포 개체 수 등에서 큰 차이가 나타나, 평가서와 조사서 모두 전혀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보았다.

포유류 분야에서는 이번 현장조사에서 '쇠족제비'가 서식하고 있는 것을 추가로 발견했다. '하늘다람쥐'와 '삵'은 엠나인 리조트 측이 조사한 것보다 출현 빈도도 더 높고 서식지도 더 넓은 것으로 확인됐다. 쇠족제비, 하늘다람쥐, 삵 등은 모두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 2급'이다.


민관협의회는 엠나인 리조트 측에서 실시한 조사가 부실한 만큼 그들이 제시한 '동식물 보호 방안' 역시 적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게다가 현장조사 전에 이미 벌채가 진행되는 바람에 최근에는 포유류의 서식 상황이 이전보다 더 악화되었을 것으로 우려했다.

민관협의회는 이번 현장조사가 겨울철 법적보호종만을 조사 대상으로 했음을 명시하고, 야생동물 조사는 4계절 조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는 만큼 봄과 여름철에 추가로 조사를 실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엠나인 리조트의 환경영향평가서 등이 부실하게 작성된 정황을 포착한 강원도는 앞으로 법적인 대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환경영향법에 근거해 엠라인 리조트 사업을 대상으로 환경영향을 재평가하는 문제를 원주지방환경청과 적극 협의하는 한편, 환경영향평가서와 야생 동식물상 정밀조사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한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자들을 법에 따라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민관협 위원장 "하자 발견되면 직권 취소할 것 건의하겠다"

 일부 벌채가 진행돼 훼손된 산림. 지난해 9월, 멸종위기종 보호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해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일부 벌채가 진행돼 훼손된 산림. 지난해 9월, 멸종위기종 보호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해 현재는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성낙선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관협의회 이영기 위원장은 "현장조사를 통해서 여러 가지 부실과 거짓이 확인된 만큼 '전면적인 재조사'를 통해서 심각한 문제점이, 하자가 발견된다면 (골프장 인허가를) 직권 취소할 것을 도지사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민관협의회에서 구체적인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조사 결과를 놓고, '홍천군 구만리 골프장 반대대책위원회' 반종표 부위원장은 "짧은 시간 조사가 이뤄져, 아직은 만족한다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으로 원주지방환경청 등에서 실시하게 될 환경영향 재평가 작업 등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원주녹색연합 이승현 사무국장은 약간의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현장조사가 여러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사업주가 반발하는 등 조사 분야가 제한되는 바람에 깊이 있는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보았다.

그는 환경영향평가서 등이 거짓으로 작성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골프장 사업주가 전문가에게 직접 용역을 줘서 하게 되어 있는 게 문제"라며, "사업주 입맛에 맞는 평가서 작성을 막기 위해서는 입찰이나 추첨 등을 통해 조사 대행업자를 공정하게 선정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강원도에서는 현재 사업을 추진 중이거나 건설 중인 골프장이 41개다. 그중 홍천군에서만 13개의 골프장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다. 구만리에 들어설 예정인 엠라인 리조트는 전체 사업 부지는 140만1469㎡에 달하고 골프장만 27홀 규모다. 이 사업장은 지난해 9월, 멸종위기종 보호 대책을 강구하지 않고 공사를 진행해 현재는 일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민관협의회는 지난해 9월 23일, 강원도 내 골프장 난개발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목적으로 발족한 도지사 직속 자문기구다. 도지사가 위촉한 위원장 1인과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원에는 강원도 소속 담당 공무원 6인과 '강원도 골프장 문제해결을 위한 범도민대책위'가 추천한 분야별 전문가 6인이 참여하고 있다.
#홍천군 구만리 #골프장 난개발 #엠나인 리조트 #민관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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