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를 하는 굴착기의 진입을 막기위해 길에 앉아있는 홍천 구만리 주민들의 모습.
강원도골프장범대위
'소송'과 '고발'에 시달리는 주민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아이렇게 해서 구만리에서 소송에 휘말리는 등 법적인 제재를 당한 주민만 50여 명으로 전체 주민 150여 명의 1/3에 달한다. 그중에 전과 기록을 갖게 된 주민만 27명이다. 골프장이 들어오기 전까지 오랫동안 범죄 없는 마을로 소문이 나 있던 구만리가 졸지에 전과자들로 넘쳐나는 마을로 전락한 것이다. 반종표씨 역시 3건의 소송에 휘말려 1건은 벌금형으로 형이 확정되고 나머지 2건은 여전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이는 마을이 형성된 이래, 전례가 없던 일이다. 그 와중에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해 가구마다 빚이 잔뜩 늘었다. 가구마다 매년 1천만 원가량의 빚이 늘었다. 늘 농사만 짓고 살던 주민들에겐 너무나 힘든 싸움이었다. 군청 역시 그들을 돕지 않았다. 주민들은 2008년 9월 군청 앞마당에서 천막 농성을 벌였다. 주민들은 '사업주가 골프장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을 저질렀다'고 민원을 제기하고 '골프장 건설을 백지화하라'고 했지만, 군청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주민들은 골프장 측이 저지른 불법과 탈법으로 크게 두 가지를 들고 있다. 골프장 허가 서류 중의 하나인 '산림조사서(임목축적)'를 허위로 작성해서 산지 변경을 받아냈을 뿐만 아니라, '환경영향평가서'에는 멸종위기종인 담비, 하늘다람쥐, 둑중개 그리고 산작약과 구상난풀 등의 동식물인 존재한다는 사실을 빠트렸다. 그리고 공사를 진행하면서는 아무런 보호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군청은 또 그 서류들을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았다.
그래도 주민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사업자들이 주민들에게 가하는 압력이 크면 클수록 주민들의 반대 의지 또한 더욱 더 강해졌다. 그 사이 마을 주민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많이 변했다. 반씨는 "싸움이 지속되면서 마을 주민들이 친환경농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자신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힘을 모을 줄 알게 된 것도 큰 소득이다"라고 말했다. 골프장이 마을을 둘러싼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알게 된 것도 소득이었다.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생태 전문가로 변신했다.
예전엔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던 마을의 동식물들이 얼마나 귀중한 자원이었는지를 알게 됐다. 과거엔 마을에 하늘다람쥐가 너무 많아, 그 동물이 천연기념물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살았다. 하늘다람쥐가 어디에나 다 있는 동물인 줄만 알았다. 하늘다람쥐는 전국에 백여 마리가 조금 넘게 살고 있는 것으로 조사(2005년 당시)된 희귀종이다. 지금까지 구만리에서만 법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할 동식물이 14종이나 발견됐다. 주민들은 결국 골프장이 들어서는 걸 막아내는 과정에서 비로소 자신들이 살고 있는 마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