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동아> 기사
<어린이 동아> 갈무리
얼핏 보면 찬성과 반대 입장을 공정하게 다룬 기사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기사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님비 현상'을 설명하면서 노골적으로 화력발전소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우리 뒷마당에는 안 돼~"라고 주장하는 이기주의자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기사를 좀 더 볼까요?
"어동이네 반에 음식물 쓰레기를 담을 용기를 들여오기로 했어요. 친구들이 먹다 남긴 간식, 과일 등이 일반 쓰레기통에서 썩어 좋지 않은 냄새가 났기 때문이죠. 음식물 쓰레기 용기가 생기면 더욱 쾌적하고 청결한 교실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거예요.그런데 이 쓰레기 용기를 어디에 놓을지를 두고 학생들의 고민이 시작되었어요. '냄새가 난다' '더럽다'면서 자기 책상 근처에 놓기를 반대하는 친구들이 많았던 것이죠. 학급에 꼭 필요한 음식물 쓰레기용기, 어디에 두어야할까요?
이 같은 상황을 '님비(NIMBY) 현상'이라고 부른답니다. NIMBY는 'Not In My Back Yard'의 준말로 '우리 뒷마당에는 안 된다'는 뜻이에요. 화력발전소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어딘가에는 꼭 설치해야 하지만 내가 사는 곳에 설치되면 공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에요." 학급에서 친구들이 먹다 남긴 간식 과일 등의 음식물 쓰레기를 담을 용기를 어디에 놓을 것인가를 예로 들었습니다. 기사는 화력발전소를 '음식물 쓰레기 용기처럼 꼭 설치해야만 하는 것'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화력발전소는 당연히 건설돼야만 한다는 것을 강조해가며, 그것을 반대하면 이기적인 사람으로 몰아붙이고 있는 것이지요. 결국 이 기사는 '님비현상'에 대한 설명을 통해 화력발전소 건설을 찬성하는 사람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기사를 읽는 어린이들에게 '화력발전소 건설'은 선택의 여지없이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었습니다. 설령 자신들의 뒷마당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선다 할지라도, 반대하면 여지없이 '님비현상' 이기주의자로 몰리게 될 것이니까요.
공해 없는 세상, 어린이들의 미래는 누가 신경쓰나이런 단세포적인 논리에 어린이들은 무엇을 생각하게 될까요? 입으로 들어가는 소중한 음식물들이 어디에서 오는가보다는 음식물 쓰레기 담을 용기 놓을 자리에 대한 고민을 하면 될 것이고, 화력발전소가 우리의 산과 바다를 오염시키고 있음에도 끊임없이 건설해도 상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기사에는 미래도 없고 희망도 없어 보입니다. 흙과 물과 햇빛이며 농부님들의 정성과 수고로움, 거기다가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들의 정성스런 손길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먹다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 담은 용기를 어디에다가 놓을 것인가? 화력발전소 건설로 인해 바다가 죽어가고, 어민들이 고통 받는 것은 안중에도 없고 '화력발전소를 어디에 건설하면 될까?'를 고민하면 됩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글쓰기 작업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 기사에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과연 음식물을 남겨 쓰레기 용기는 꼭 필요한 것이며 화력 발전소는 꼭 건설해야만 하는 것일까?'
음식물 쓰레기 용기를 어디에 놓을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농부님들이 피땀으로 일군 곡식이며 그 곡식으로 음식을 만드는 어머니들의 정성스런 손길을 생각해서 음식물을 남기지 말자. 그렇게 되면 음식물 쓰레기 용기 따위를 어디에 놓게 될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라고 가르칠 수는 없는 것일까요?
또한 '우리나라는 세계 최대 전력 소비국가다. 다른 선진국처럼 화력발전소와 같은 공해 시설은 더 이상 설치하지 말고 대체 에너지를 개발해 나가면서 전기를 아껴 써야 한다. 전기를 아껴 쓰는 불편함을 감수하게 되면 그 만큼 아름다운 자연을 누릴 수 있다'라고 가르칠 수는 없는 것일까요?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 건설을 통해 가장 큰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말할 것도 없이 자본가들, 건설업자들입니다. 또한 핵발전소나 화력발전소 건설을 부추기고 있는 언론들은 '화력발전소 우리 뒷마당엔 안 돼~'라는 기사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부분 <동아일보>와 같은 보수 언론들입니다. 결국 그들은 자본가들, 건설업자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공해 없는 세상을 누려야 할 어린이들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왜 나로도 아이들의 의견은 묻지 않나요그렇다면 화력발전소가 들어서게 될 나로도의 어린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지난 1년 동안 나와 함께 글쓰기 공부를 했던 나로도 봉래초등학교 논술부 아이들이 인터넷 카페를 만들었습니다. 나는 가끔씩 그 인터넷 카페에 들어가 아이들을 만나곤 합니다. 아이들은 나로도에 화력발전소가 들어설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싶어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화력발전소가 들어서면 그 누구보다도 아이들의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바닷가에 화력 발전소가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화력발전소가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글을 써 보라고 했습니다.
하루 만에 글 한 편이 올라왔습니다. 6학년 예빈이의 글이었습니다. 책을 많이 읽고 글쓰기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예빈이는 논술부 후배 동생들을 잘 챙기는 속 깊은 아이입니다. 글쓰기 수업 중에 내가 천덕꾸러기 아이들에게 크게 화를 낸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을 향해 화를 낸 것도 아니었는데 책상에 엎드려 오랫동안 눈물을 흘렸던 순수한 아이였습니다.
'화력발전소'에 관한 예빈이의 글은 지난 1년 동안의 글쓰기 수업에서도 그랬듯이 부족한 나 자신을 일깨워 주고 있었습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자연의 '자정 기능'까지 언급했고 화력발전소와 같은 중요한 사업을 결정하는데 왜 자신들과 같은 어린이들의 의견은 묻지 않는지를 따지고 있었습니다. 예빈이의 글을 한 번 볼까요?
돈 때문에 자연 파괴... 이건 정말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