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증후군'을 겪는 아내들의 뇌에는 이런 생각들이 자리하고 있지는 않을까?
김학용
며칠 전 아침 밥상머리에서 아내는 두 아들에게 괜한 걸로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시간이 지나니 짜증이 더 심해지더니 기운까지 없는 것 같다.
'어, 그날인가? 아닌 것 같은데…. 지금 눈에 레이저 쏠 기세로 쳐다보는 아내, 저러다 눈알 빠지겠다!' 명절을 며칠 앞두니 기운도 없고 매사가 귀찮고 다가올 명절엔 마음도 싱숭생숭…. 큰며느리가 된 지가 벌써 14년째인데, 시댁에 가서 겪을 정신적 육체적 피로에 걱정이 앞서면서 몸이 아파져 옴과 동시에 우울증까지 보이는 것을 보니, 분명 '명절 증후군'인가 보다. 이런 것도 미리 눈치를 못 채고 있으니, 이래서 남편을 '남의 편'이라고 했나? 이제야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슬슬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그래, 여자는 남자 하기 나름이야. 이럴 때일수록 내 자신을 과감히 포기하고 현실을 받아들여야 해. 가슴이 여러 갈래로 찢기는 듯한 고통도 인내하고 그걸 감수해서라도 표면상으로 행복해질 수만 있다면 못할 일이 없지 않겠는가!' 짜증을 냈다가도 시댁에 도착하면 언제 그랬느냐는 둥 웃으며 큰며느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아내를 생각하니 못할 일이 없을 것 같다. 생각은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고 행동은 미래가 된다. 그래, 있을 때 잘하자. 오후 6시 칼퇴근은 기본, 슬슬 설거지도 거들고 안 하던 아이들 공부도 시키니 나는 또 그렇게 명절 증후군을 함께 앓기 시작했다. 하지만 항상 마지막까지 조심해야 한다. 단 한 번의 믿음 주지 못한 행동으로, '도로아미타불' 금방 약발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내가 아내와 환상의 짝꿍이 된 이면에는 비법이 하나 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다. 천생연분을 가장한 '팔불출'로 우뚝 서려면 아내가 진정으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깨달아야 했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시장 조사, 그리고 겸손한 자세로 아내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지 어언 14년. 결국 아내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고야 말았다. 그건 바로 첫째도 배려, 둘째도 배려였다.
비굴한 천생연분의 비결? 첫째도 '배려' 둘째도 '배려'실은 신혼 때는 신혼이라고 배려해 줘야 했고, 또 달거리로 찾아오는 마법으로 한 달에 3~4일은 배려해 줘야 했고, 연약한 여자라고 매일같이 배려해 줘야 하고, 당연한 것이라고 하니 또 배려해줘야 하고, 그러다 한 번 수틀리면 대책이 없으니 평생 배려해줘야 했고…. 생리해서 우울해, 임신해서 우울해, 출산해서 우울해, 남편 월급으로 우울해, 아들 시험 망쳐 우울해, 명절이라 우울해, 명절 끝나서 우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