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지식경제부 차관 시절 가나 마하마 부통령과 적도기니 오비앙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MB정부의 자원외교가 실세들의 정치자금을 만들어 주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지적에 대해 "이전 대선에서도 돈 한푼 안썼다"며 "누구한테도 당당하다"고 말했다.
유성호
"MB정부가 자원개발 외교에 적극 나선 이유"-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에 적극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에너지 자원이 없어서 국가생존과 산업활동에 필요한 에너지 자원의 97%를 수입해서 쓴다. 그 규모가 2010년 1200억 달러, 2001년 1500억 달러가 넘는다. 우리 총 수출의 3분의 1를 에너지 자원 수입하는 데 쓰는 셈이다. 에너지 자원은 국가 생존과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 관건이다. 그동안 고유가 현상이 생기면 국제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떼돈을 벌었다. 우리나라는 거기에 끌려갈 수밖에 없다. 서민이 고통스럽고 산업경쟁력은 떨어지고. 선진국가로 도약하려면 에너지 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지난 정부 에너지 자주개발율이 10% 수준도 안됐다. 적어도 석유, 가스 등의 에너지 자원은 30%, 5대~6대 핵심 광물자원은 50%까지 확보해야 경제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자원외교에 나선 것이다."
- 자원개발은 이전 정부들에서도 충분히 구상하거나 실행할 수 있는 과제 아닌가? "국가적 과제인데 그동안 제대로 못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IMF 극복에 매진하다 보니 해외자원에 눈을 못 돌렸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나이지리아나 사할린 가스 등에서 자원개발비리가 터져 수사를 받으면서 성과를 많이 못냈다."
- 자원외교의 중심에 정권실세인 이상득 의원과 박 전 차관이 있어서 특혜 의혹 등이 일고 있는 것 같은데. "에너지 자원 개발은 정말 어렵고 힘든 길이다. 리스크가 굉장히 크다. 세계적인 석유 메이저들도 성공율이 10% 안팎이다. 광물자원은 더하다. 그래도 하는 이유는 성공하면 100배, 1000배의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스크 태스킹(risk-tasking)을 누군가 해야 한다. 그런데 일반 관료들은 리스크 태스킹을 안 하려고 한다. 에너지 자원개발은 10개 중 하나만 성공해도 대성공인데 성공한 1개보다는 실패한 9개에 더 주목해 문책하고, 국회-감사원에서 감사하고, 검찰수사까지 받아야 하고. 그러니까 거기에 선뜻 나서려는 공무원들이 없다.
이상득 의원과 나는 민간에 있던 사람이다. 에너지 자원개발의 중요성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비즈니스도 많이 해봐서 누구보다 역할을 할 수 있다. 에너지 자원개발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리나라 자원개발 역사상 가장 성공한 것이 대우인터내셔날의 미얀마 가스전 개발이다. 그게 성공하기까지 15년 걸렸다. 그 다음에 SK에서 페루 등에서 개발한 것이 10년씩 걸렸다. 그렇게 지금 이명박 정부에서 열심히 뛰면 그 성과가 이 정부 안에 안난다. 그 다음, 그 다음 다음 정부에 가서야 성과를 낼 수 있다. 특히 단임정권이다 보니 그동안 역대정권에서는 관심이 있더라도 선뜻 나서지 못했다."
"공무원-공기업 직원들에게 '주식 투자 금지' 엄명 내렸다"- 씨앤케이의 카메룬 다이아몬든 개발권 획득 과정에서 박 전 차관이 지원했지 않나? "내가 주로 아프리카를 상대로 자원개발 외교를 했다. 그 이유는 지난 10년간 6개 대륙에서 아프리카의 경제성장율이 가장 높았다. 인구가 10억이고 매년 평균 6%의 성장을 이뤘다. 재작년 한해 동안 아프리카 대륙에서 팔린 휴대폰이 8000만대다. 구매력 있는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또 그동안 프랑스나 미국, 최근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자원을 많이 가져갔지만 아직도 많은 자원이 있다. 우리에게는 수출시장도 되고 국가생존에 필요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아프리카에 많이 갔다.
아프리카에는 54개 국가가 있다. 그런데 우리 역량상 54개 국가를 다 다닐 수 없다. 그래서 자원개발의 여지가 많고 정치적으로 안정돼 있는 나라를 선택해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런 나라를 고르는 과정에서 카메룬의 잠재역량이 괜찮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교부의 경우 54개 국가 중 외교공관이 있는 곳은 12개 나라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차관 담당자 중에서 아프리카에 갔다온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결국 국내에 앉아서 아프리카 투자 우선지원, 지원우선 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이건 탁상공론이다. 내가 탄자니아에 갔는데 그곳에는 우리가 ODA로 지원해서 지은 직업훈련소가 있다. 그런데 그 직업훈련소가 수도도 없고, 도로도 없는 산꼭대기에 있다. 그걸 우리는 지원했다고 보는 것이다.
아프리카와 협력하는 새로운 모델을 정립하자는 차원에서 카메룬을 발견했다. 카메룬은 두 가지 점에서 유망했다. 첫째는 지금 대통령이 25년째 집권하고 있는데 그동안 석유를 제외하고는 에너지 자원개발을 거의 안했다. 그냥 덮어둔 것이다. 자원개발을 하면 내전이 일어났다. 그 배후에 강대국들이 있다. 내전이 일아나면 자원이 싸게 나오기 때문이다. 전비를 조달해야 하니까. 반군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그 대통령은 자원개발을 안한 것이다. 그걸 안하다 보니 발전이 뒤처졌다. 안되겠다 싶어 새롭게 법률도 만들고 해서 이제부터 자원개발을 하겠다고 나섰다.
둘째는 그 나라 내륙에 붙어 있는 차드나 니제르, 중앙아프리카 공화국 등에 자원이 많다. 차드에서는 대규모 유전이 발견됐다. 그 자원이 바다로 나와야 하는데 그 통과루트가 카메륜일 수밖에 없다. 즉 카메룬이 중부 아프리카의 물류 중심국가가 될 수 있다. 그러면 급속하게 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카메룬을 주목하기로 결정했다. 카메룬에 가게 된 계기는 탄자니아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이다. 제가 그 포럼의 한 세션 책임자로 선정돼 가게 됐다. 아프리카를 방문하면 여러 나라를 가야 비용이 절감된다. 적도 기니도 가기로 했는데 그곳은 PPP(구매력 기준 국민소득)가 3만 달러가 넘는다. 우리는 2만5000달러에 불과하다. 그래서 꼭 가봐야 하는 나라라고 들었다. 탄자니아와 기니로 바로 가는 비행기가 없다. 카메룬을 거쳐 가야 한다.
그렇게 카메룬을 가려고 했는데 제 밑에 있던 김은석 당시 외교안보정책관이 카메룬에 3년간 근무한 적이 있다. 그래서 카메룬을 잘 안다. 그 친구가 카메룬에서 금광개발로 성공한 중소기업이 있는데 그 기업이 5년 전부터 다이아몬드 개발권을 얻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지금은 획득단계에 있다고 했다. 어차피 그 나라에 가니까 보고를 한 번 받아보라고 제안해서 좋다고 했다. 그래서 카메룬에 가기 몇 달 전에 씨앤케이를 집무실로 불러서 보고를 받았다. 신빙성이 있는 것 같은데 다이아몬드가 인화성이 높은 아이템이어서 서류만 봐서는 안되고 현지에 가서 그 나라 정부 관계자에게 확인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개발권과 관련된 모든 인허가 절차는 그 나라 정부에서 그 나라 법률에 따라 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 없다.
씨앤케이는 민관합동 방문단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카메룬에 가서 총리를 만났다. 양국간의 현안을 논의한 뒤 내가 "당신 나라는 광물자원 중에서 금과 다이아몬드가 많은 걸로 안다"고 하자 제 말을 자르더니 자기가 연두기자회견 하면서 다이아몬드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을 개발하는 업체가 한국회사'라고 하면서 '씨앤케이' 이름을 직접 얘기했다. 이렇게 총리가 직접 회사 이름을 얘기하니까 '이것은 실체가 있구나' 싶었다. 그래서 '그러면 한국기업이 잘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얘기하고 나왔다.
이후 카메룬 총리실에서 대사관을 통해 연락이 왔다. 한국기업이 신청한 다이아몬드 개발허가권을 심사하는 '마이닝 컨벤션'이 수도에서 280km 떨어진 해안가 한 도시에 열린다는 것이다. 담당 차관을 딸려 보낼테니 가서 축사 한마디 해달라고 요청했다. 원래 내가 거기에 갈 예정이 없었다. 내부 회의를 해보니까 총리가 요청하고 담당 차관까지 딸려 보낸다는데 거절하면 예의에 안 맞는다고 해서 제가 거기 현장에까지 간 것이다. 밀림을 거쳐서 가니까 그 나라 8개 부처 실국장이 모여서 우리 중소기업이 제출한 서류를 놓고 공동심사를 하고 있다.
거기에서 '지금까지 다이아몬드는 고통과 눈물의 상징이었는데, 이제 한국의 중소기업이 개발하는 다이아몬드는 카메룬 국가발전과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고 양국간의 협력에 보석 같은 존재가 됐으면 좋겠다'는 요지의 5분 축사를 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떠났다. 따라 갔던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이 현혹될까봐 공항에 다 불러서 '다이아몬드는 역사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켜 피의 다이아몬드, 눈물의 다이아몬드라고 했다, 우리는 공직자다, 공직자로서 이 부분에 욕심을 내면 나중에 큰 화가 미친다, 그러면 용서 안 한다, 여러 분 포함해서 친인척이든 누구든 절대로 이것과 관련된 주식을 사면 안된다'고 엄명을 내렸다. 인천공항에 도착해서도 다시 강조했다. 그게 전부다."
"외교부가 보도자료에 매장량 언급한 것은 실수"- 누가 국무차장실에서 보고했나? "김은석 대사가 오덕균 회장을 불러서 브리핑을 받았다."
- 앞서 설명한 정도라면 필레몬 양 총리와 만나 씨앤케이의 다이아몬드 개발사업을 논의했다고 봐야 하지 않나? "논의한 게 아니다. 양국의 다른 현안들을 다 얘기한 후에 그 얘기를 꺼냈다. 그 나라가 이것에 관심이 있는지 사업이 가능한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그것(직접 물어보는 것)이 제일 확실한 방법이었다."
- 그런데 외교통상부에서 두 차례 보도자료를 내는 바람에 씨앤케이의 주가가 상승하지 않았나? "그것은 제가 지식경제부에 있을 때다. 외교부가 보도자료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에너지 자원외교도 외교의 중요한 부분이다. 문제가 된 것은 외교부가 첫 보도자료를 내면서 다이아몬드 매장량 수치를 제시했다. 다른 곳에 나온 걸 인용했다고 하지만 그 부분은 오버했다. 사실 보도자료를 내는 것도 몰랐다. 난 지식경제부에 있고 김은석 대사는 총리실에서 다시 외교부로 돌아갔으니까."
- 외교통상부가 나서서 특정민간업체의 자원개발 소식을 보도자료에 담아 발표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인 일 아닌가? "김은석 대사 얘기로는 그 전에도 한 번 있었다고 한다. 한 중소기업이 페루에서 유전개발에 성공해 보도자료를 냈다는 것이다."
- 그렇게 보도자료를 내는 게 보통의 일은 아니지 않나? "그동안 외교부에서 에너지 자원을 계속 추진했는데 특히 조건이 열악한 아프리카에서 한국의 중소기업이 탐사권이 아니라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것이 외교부로서는 업적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카메룬 건을 모델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해서 보도자료를 낸 것이다."
- 그 보도자료를 작성한 사람이 박 전 차관을 씨앤케이에 소개해준 김은석 에너지 자원대사 였다. 결국 정부 차원에서 씨엔케이의 다아이몬드 개발에 특혜를 줬다는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지 않나? "정부가 특혜를 줄 수 있는 건 전혀 없다. 개발권 등 인허가는 그 나라 정부가 법률에 따라 하는 것이지 한국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김은석 대사의 경우 본인이 카메룬에서 3년이나 근무했고, 그 기업을 관심있게 지켜봤는데 성공하니까 업(up) 되겠지. 우리 외교관들이 굉장히 소극적이다. 의전 중심 외교다. 그런데 그 친구는 외교관으로서는 드물게 몇 안되는 공격적인 스타일이다. 이 친구가 유엔에서 일제강점기 종군위안부 결의안을 통과시킨 핵심주역이다. 그런 일까지 할 정도로 외교부에서 보기 드문 마인드를 가진 친구다."
"김은석 대사 일부 친인척이 씨앤케이 관련 주식투자했다"- 보도자료를 내고 주가가 오르면서 실제 씨앤케이 일부 임직원과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 외교부 직원 2명, 한 방송사 간부 등이 주가 차익을 얻었다고 하는데. "나도 얘기를 들었는데 조중표 전 실장 얘기는 의외였다. 같이 근무한 적은 없다. 본인이 해명자료를 냈더라. 나와 같이 현장에 간 직원 중에서 주식을 직접 투자한 사람은 없다. 곁다리로 따라간 공기업 직원 한명이 주식한 것 정도의 얘기만 들었다. 김은석 대사나 나랑 같이 간 외교부, 총리실 직원 중에 주식을 산 사람은 없다 지금 조사하고 있으니까 결과가 나올 것이다."
- 현장에서 정보를 얻은 공무원들이 자기 이름으로 주식을 투자할 리 있겠나?"금감원에서 몇 달째 조사하고 있으니까 결과를 봐야지. 나는 수차례 경고했다. 김은석 대사에게 '투명하게 해야 하고 마음을 비우라'고 했다. 그렇게 수차례 얘기했다."
- 주변 사람들을 동원해 차명으로 투자할 수도 있지 않나? "들리는 얘기로는 김은석 대사의 동생이나 처남인가가 주식을 좀 했다고 한다. 그것 때문에 해명을 들어봤다. 씨앤케이 오너가 청주 사람인데 처가쪽이 청주다. (그 오너가) 김은석 대사 누나하고도 친하다고 한다. 김은석 대사가 처음 이 사건이 문제됐을 때 저한테도 그랬고, 외교부 장관에게도 수차례 감사원 자체 감사를 청구하자고 본인이 강력하게 요구했다. 자기는 정말 자신있다고 했다. 그런데 실제 조사를 해보니까 친인척 일부가 (주식투자를) 했다. 자기도 그제야 알았다고 한다. '형제간인데 어떻게 그러냐?'고 했는데 형제간에 교류가 거의 없다고 하더라. 일반적 상황으로는 김은석 대사가 얘기해서 샀지 않느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알았다면 자체 감사를 청구하자고 할 수 있겠나? 공식석상에서 세 차례나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