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희 전교조 대외협력 팀장
참여연대
그는 공익제보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보호도 필요하지만,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돈 많은 사람들은 불법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이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우리 사회가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뒷거래 하는 것을 묵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 <도가니>에서 주인공인 선생님(공유 분)은 5천만 원을 내고 학교에 들어간다. 이런 관행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한다. 사람들은 영화 <도가니>를 보고 지적장애 학생들에 대한 폭행에 분노했는데, 선생님이 5천만 원을 주고 학교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크게 분개하지 않는다.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고 분노해야 할 문제인데도 말이다. 대기업은 돈을 많이 벌고 중소기업은 어려운데, 이건 대기업들이 정관계 로비를 하면서 이익을 관철하는 시스템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법을 바꿀 수 있는 사람들이 불법 정치자금 거래에 연루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처럼 부당하고 불법적인 돈거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모두가 고통 받고 있는 현실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은 '1%의 부패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우리 사회의 합의와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행 사립학교법으로는 인화학교와 같은 족벌운영 문제를 비롯해 수많은 사립학교 비리를 해결할 수 없다.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김춘진 의원은 "전국 사립 중고등학교 해당 재단의 이사장 친인척이 725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현행 사립학교법은 '이사장의 배우자, 직계존속 및 직계비속과 그 배우자는 당해 학교법인의 설치, 경영하는 학교의 장에 임명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예외적으로 이사 정수 3분의 2 이상 찬성하고 관할청의 승인을 받을 경우 임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인화학교 사건의 근본적 원인이었던 족벌운영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족벌운영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부실 우려가 있는 사립대 22곳의 학사운영 및 회계관리 실태를 점검했는데 신입생과 재학생 수를 늘리기 위해 실기점수를 조작하거나 백지 원서를 받기도 했다. 인근 고등학교와 담임교사 등에게 10억 원이 넘는 뇌물을 뿌리기도 했다. 결국 사학비리의 피해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그러나 서울시장 후보로 나왔던 나경원 전 의원처럼 사학재단을 보유한 국회의원들은 사립학교법 개정을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내가 전교조 대외협력 일을 맡다보니 정치권 상황을 조금 더 많이 알 수 있는데, 법이라는 것이 다수의 요구를 반영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일부 특권층의 요구에 의해서 제정되고 유지 되더라. '법은 도대체 누구의 것인가'를 파헤치는 영화나 다큐멘터리 같은 게 제작되면 좋겠다. 사립학교 재단들은 국회의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엄청 낸다. 상지대 김문기씨의 예를 살펴보자. 법적으로 개인이 정치인에게 줄 수 있는 한도액이 500만 원인데, 웬만한 국회의원에겐 다 500만 원씩 줬고 국회의원들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 줄 알면서도 다 받았단다. 그러면서 그는 학교에 다시 복귀했다. 돈을 주고 권력을 사는 것이다. 공개된 돈은 500만 원이지만, '김문기씨가 상지대를 얻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뒷돈을 썼을까'라는 상상을 한다."'저질사회 1급수 만들기 운동' 어떤가요?암울한 현실을 짚은 뒤, 그는 재미있는 제안을 내놨다.
"한국 사회도 이제 먹고 살만한 사회가 됐으니까 사람답게 좀 살았으면 좋겠다.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면 안 되나. 사립학교도 투명하고, 정치도 투명하고, 국회도 투명해지면 결국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 아닌가. 그런 외국사례들도 좀 알리고. 문화적으로 희망을 갖고 얘기할 수 있는 캠페인을 해보면 좋겠다. 이를테면 '우리 사회는 저질 하수도인데 1급수로 만들어서 다 같이 퍼먹자'는 식의 운동이라도 하면 좋겠다. 안양천 살리기 운동처럼.(웃음)"그에게 공익제보자는 '박테리아를 박멸하는 소금'이다.
"사립학교에 왜 개방형 이사가 한 명이라도 더 들어가야 할까. 이유는 간단하다. 박테리아가 우글거리는 곳에 소금 한 줌만 넣어도 박테리아는 다 죽는다. 즉, 한 사람의 개방형 이사라도 함께 한다면 과거에 비해 비리를 저지르기 힘들어질 것이다. 공익제보자들의 역할도 이와 마찬가지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아프지 않게끔 철저히 지켜줘야 한다."
사실 기자도 동일여고를 졸업했다. 학교를 다니는 동안 학교 내부 사정을 잘 모르는 여고생의 눈에도 불합리한 것들은 곳곳에서 보였다. 실력없는 선생님들이 이사장의 인맥으로 특권을 누리거나, 심지어 학교가 학생들을 동원해 주변 아파트 건설회사를 대상으로 시위를 해 보상을 받은 적도 있다. 졸업 이후 동일 사태가 터졌고 결국 조연희 선생님은 파면된 뒤 복직하지 못했다.
학교에서 쫓겨나 전교조로 일터를 옮긴 그는 더 열정적으로 일하고 있었다. 그는 사학비리, 교육비리와 전면에서 싸우고 있는 전교조 활동을 사람들이 더 많이 인정해주길 바랐다.
"내가 그나마 재활의 길,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전교조라는 조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전교조는 우리사회 교육에 있어서 투명성, 부패를 막는데 큰 역할을 해왔는데 사람들은 너무 부정적으로만 보고 있다. 무슨 일만 생기면 전교조를 물고 늘어지는데, 진보쪽에서 보수 집단이 갖고 있는 눈으로 전교조를 바라볼 때는 더 많이 속상하다. 사실상 전교조는 공익적인 기능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사회의 교육비리를 없애는데 전교조의 역할은 컸고 이후에는 더 커질 것이다. 전교조의 역사는 사립학교와 교육사회의 부패척결과 민주화 싸움으로 시작됐다. 많은 사람들이 해직돼 왔고, 지금도 싸우고 있다. 그런 것들을 인정해 주면 좋겠다."마지막으로 그에게 공익제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참여연대 '의인기금'이 어떻게 쓰여졌으면 좋겠는지 물었다.
"돈이든 사람이든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좋지 않겠나. (웃음) 공익제보를 한 사람들은 생계 문제를 맞닥뜨리고 있거나 우울증 등의 심리적 치료가 필요하다. (의인기금이) 생계 지원이나 심리 치료, 재활 비용으로 사용되면 좋겠다. 또한, 법 개정이나 1급수 운동 같은 사회문화적 캠페인에 쓰였으면 좋겠다. 물론 의인상 상금도 많이 주면 좋겠고."<관련기사>
2011년 참여연대 의인상에 유영호씨, 특별상에 영화<도가니>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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