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3월3재 이야기> 표지
일송북
사람의 운명을 점치는 방법 중 하나가 관상입니다. 관상은 사람은 생긴 대로 살아간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상학을 전공한 어느 학자의 말에 따르면 사람은 생긴(관상) 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대로 관상(생김)이 만들어 진다고 합니다.
조금 마음 상하는 일이 있어도 사람 좋게 허허거리며 살면 좋은 인상(관상)을 갖게 되지만, 자그만 일에도 짜증거리며 살면 보기에도 짜증스런 인상(관상)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현룡재전(見龍在田) 이견대인(利見大人)이란 말이 있소이다. 한데 오늘 이렇게 주상전하의 용안을 보아하니 한마디로 그 형상이 바로 용상龍象이 다름 아니라는 것이오. 이 말씀은 곧 주상전하의 얼굴이 용의 형상을 띠었다는 소리이기도 하오. 얼굴이 이렇듯 용의 물형을 타고났으니 주상전하의 앞일은 굳이 묻지 않아도 가히 알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오. 항상 태연자약 하시고 미소를 머금은 듯한 얼굴에서 일국을 호령할 위풍이 주상전하를 감싸고 있소이다. 하여 이 사람은 주상전하의 이와 같은 물형을 일컬어 특별히 '소룡지상笑龍之相'이라고 말하고 싶소. 다시 말해 '용이 웃는'상이라고 명명하고 싶소이다. - 본문 153쪽정조의 어진(초상화)을 그리고 나온 단원 김홍도가 그려 보여주는 정조의 모습을 보고 엄 도인이 평한 정조의 관상입니다. 실물을 보지 않고도 관상을 논할 만큼 단원의 그림솜씨가 정교하고 뛰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후세에 대왕으로 불릴 정도의 대의 정치를 실현한 정조였기에 단원이 그린 그림에서조차 용이 웃는 상으로 보였을 겁니다. 단원이 현직 대통령을 그렸다면 과연 어떤 상으로 평가되었을 지, 사람들이 말하는 특정 동물로 상징되었을 지가 궁금해지는 부분입니다.
술과 계집 없이는 궁궐도 싫다는 오원 장승업, <조선의 3원3재 이야기>에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희귀화폭도 다수 수록하고 있어 이들 천재화가들의 또 유작을 접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면도칼로 귀자른 반 고흐, 한쪽 눈 찌른 최북3원3재는 아니지만 또 다른 천재, 최북의 이야기는 또 다른 감동입니다. 정신적 발작을 이기지 못해 면도칼로 자신의 귀를 잘라버린 서양화가 중 빈센트 반 고흐 못지않게 '화가가 그림을 그리는 데 한쪽 눈이면 되지 잡스럽게 두 눈이 또 무어냐며, 스스로 자신의 한쪽 눈을 찌르고 만 최북'에 대한 이야기는 차라리 슬프기조차 합니다.
저자인 박상하는 20년도 훨씬 이전부터 최북에 대하여 관심을 갖게 되어 소설화 해보려 했지만 '호생관 최북의 인생은 예술로서 빛난 것이 아니라 단지 기인으로서 기록될 수밖에 없는 사정이 바로 여기에 있다'라고 아퀴를 짓고 있는 유홍준의 논문에 그 뜻을 접지만 고려대학교 박물관에서 최북이 그린 '계류도'를 만나게 되면서 최북을 소설화 하는 꿈을 다시 품는 듯한 문맥에서 또 다른 기대감을 가져봅니다.
<조선의 3원3재 이야기>,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일곱 화가의 이야기를 통해 금강산의 절경, 짖궂게 뱃속에 든 정까지 확인하던 조선시대 기생집의 풍속, 미치광이에 가까울 만큼 뜨겁고 열정적이었던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조선의 3원3재 이야기> / 지은이 박상하 / 펴낸곳 일송북 / 2011.11.15 / 20,000원
조선의 3원3재 이야기
박상하 지음,
일송북,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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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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