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열차에서 현지지도 중 과로로 사망했다고 보도한 가운데, 19일 YTN이 김 국방위원장의 사망 긴급뉴스를 보도하고 있다.
YTN 화면 갈무리
비슷한 사례는 더 있다. 지난해 3월 26일 천안함 사건도 여권에 불리한 소식들을 한꺼번에 사장시키는 괴력을 발휘했다. 봉은사 주지였던 명진 스님의 폭로로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던 안상수 전 대표가 봉은사를 조계종 직영사찰로 전환하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그야말로 천안함에 묻혔다.
정권의 MBC 장악 비결을 "큰 집이 불러다가 조인트도 까도 매도 맞고"한 것으로 말한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도 천안함 사건에 온 나라의 이목이 집중된 틈을 타 출국, 국회 '조인트 청문회'를 피했다.
당장의 악재는 북한발 빅뉴스가 막아도...이렇듯 MB정권은 소위 '북풍'을 타고 메가톤급 위기를 탈출했다.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북한은 절묘한 시기에 대북 강경정책을 펴온 MB정부의 구원투수로 나선 셈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것은 그 때마다 정권의 대북정보력이 도마 위에 올랐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보수 정권으로서 안보를 외치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과거 정권보다 안보에 무능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가령 연평도 포격 이후 정부는 북한 동향 파악과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질타를 받았고, 천안함 침몰 사건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보수정권이 안보에도 취약하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이번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건도 크게 다르지 않다. MB정부 일부 인사들은 디도스 사건의 파장이 덮였다고 내심 박수를 칠지 모르나, 김 위원장 사망 이틀이 지나도록 북한의 특이동향을 파악하지 못한 대북 정보력 부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오죽하면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입에서조차 "국정원은 동네정보원"이라는 비아냥거림이 흘러나올 정도다.
대포폰을 동원한 국가기관의 불법사찰 의혹, 국기기관이 국가기관에 가한 사이버테러 의혹과 수사기관의 은폐 의혹, 그리고 방송도 모자라 종교조차도 장악하려는 음모. '북풍'이 이를 잠시 가렸다고 MB정부가 안도할 일이 아니다. 진실은 묻히는 게 아니라 차곡차곡 쌓이며 누군가가 뇌관에 불을 붙이는 순간 봇물터지듯 터져나온다. 그 전에 MB정권은 디도스 청와대 개입 의혹부터 스스로 밝혀야 한다. 그게 더 큰 파국을 모면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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