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의 나이에도 젊음의 기운이 느껴지는 신순담 할머니
최성규
군대로 치면 말년병장, 복무완료를 눈앞에 둔 공중보건의(공보의) 3년 차다. 비슷한 상황인 공보의들이 모이면 앞으로의 진로를 함께 고민한다. 부원장으로 취직하거나, 개원을 하고, 병원에 들어갈 것이다. 그 가운데 개원 예정인 이가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주부의 마음을 알기 위해 주부잡지를 구독한다는 그에게서 어떤 말이 나올지 기대됐다.
"환자분들이 오면 사진을 찍는 거지. 이름이랑 같이 저장해 놨다가 틈나는 대로 보는 거야. 다음에 오실 때 내가 아는 체하면 얼마나 반가워하시겠냐?" 가장 좋아하는 시인 김춘수의 '꽃'이 이렇게 응용되는구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몸짓에 불과한 환자분을 꽃으로 만드는 비법.
사람은 자기를 알아봐 주는 사람을 좋아한다. 이 고전적 명제에 현대 기술을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 틈나는 대로 보기 위해서는 휴대가 가능해야 한다. 대한민국에서 천만 명이 넘게 사용하는 스마트폰. 많은 사진을 담아두기 위해서는 커다란 공간이 필요하다. 온라인 저장공간인 클라우드 서비스. 포털사이트에서 계정을 받아 아무 사진이나 올려 보았다. 스마트폰에 클라우드 앱을 내려받아 접속하니 빠르고 선명하게 보이는 사진. 준비는 끝났다.
아침 일찍 환자분들이 오셨다. 면담이 끝나자 여느 때처럼 당연하게 일어서는 송태엽 할머니.
"잠깐만요. 제가 앞으로 어머님 얼굴빛을 관찰할 거예요. 얼굴에 건강상태가 나타나거든요. 그래서 사진을 찍어볼게요." 애교 섞인 약간의 거짓말. 찰칵. 딱딱하게 굳어 있는 표정. 다시 찰칵. 여전한 증명사진. "자, 웃어보세요. 이~"하니 이를 한껏 드러내신다. "아니, 아니. 입 벌리지 말고 그냥 히." 작품은 무수한 컷과 실패 속에서 나온다.
당신에 관한 글을 인터넷에 올린 걸 알고 계신 조점심 할머니. 사진을 찍으려 하자 대뜸 하시는 말. "또 올릴라고 그러제?" 그러면서 이미 잡고 있는 포즈. 입가에 번지는 염화미소. 너무 웃어서 눈이 작게 나왔다. 눈은 크게 뜨시구요. 다시 갑니다.
시골 공중보건의가 만난 '결정적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