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집 가는 길마을 어르신들이 잔칫집에 가기 위해 뭉쳤다.
최성규
결혼하는 집에서 마을 사람들을 대접하기 위해 잔치를 열었다. 신부 상태도 확인할 겸 인사나 드려볼까? 조용한 남양마을에 오랜만의 경사. 환갑 잔치 이후로 무료했던 어르신들은 떠들썩한 분위기를 즐겼다. 환하게 불이 켜진 마당과 사람들의 형체가 분주한 마루. 하나씩 건네지는 덕담에 피어나는 웃음. 보기에 좋았으나 끝맛이 씁쓰레했다. 한동안 기쁜 일이 없던 마을에서 간만의 경사는 그만큼 기쁘지만, 축제가 끝나면 한동안 다 같이 축하할 일은 보기 힘들 것이다. 사막을 헤매는 목 마른 자에게 당장의 물 한 모금은 달면서도 앞을 기약할 수 없는 기다림에 쓴 맛도 안겨 주는 것이다.
신부는 목욕탕을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낮에 얘기했던 대로 재활훈련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모양이다. 인사만 하고 가려던 나는 주인 아주머니에게 붙잡혔다.
"음식을 싸줄 수도 없고 그냥 가면 아무 것도 못 준디. 먹고 가시게."잔칫집에서 손님의 민폐는 주인에게 민폐가 아님을 알기에 주저 앉았다. 작은 방 안에 보건지소 단골들이 모여 있었다. 그네들에게 젊은 피가 영 반갑다.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나는 앉은 자리에서 국과 밥을 바로 바로 비워냈고, 어르신들은 손주 보듯 바라보았다.
"왜 꼬막을 안 먹으요?" "먹고 있습니다." "내가 까주까? 내가 잘 까." "냅두소. 꼬막 못 까는 사람도 있당가?"한 할머니의 만류에도 기어코 손은 꼬막을 향했다.
"나바. 까주께. 내가 그냥 까. 손톱도 안 다. 대기만 하면 그냥 까지제."집어들었다 하면 여지없이 혀를 빼물고 입을 벌리는 적의 무리. 잘 먹는 것이 민폐가 아님을 알기에 바로 바로 집어드는 나에게 할머니는 고맙다고 말했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서로 고마운 일이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밥상마다 돌아다니며 인사를 한다. 보건지소 단골 할머니들이 봉투를 그러모아 손에 꼭 쥐여주었다.
"이거. 이거 받게." "아이고. 이런 걸 왜 준당가? 고맙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