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행사 '발바리'에 나온 3인용 5륜 자전거. 자전거 2대에 붙이고, 다시 짐칸을 붙였다. 과거 인동차는 이처럼 자전거 뒤에 짐칸을 붙인 형태였는데, 짐칸은 사진처럼 지붕덮개가 있었다.
김대홍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니 사람들은 궁지에 처하면 자전거를 불러내고, 위기에서 벗어나면 자전거를 내팽개친다. 자전거 택시는 한창 경제가 '쑥쑥' 커 나가는 인도와 베트남에서 이제 찬밥 신세다.
베트남은 주 교통수단이 자전거에서 오토바이로 넘어간 상태다. 베트남 무역부 산하 산업정책전략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오토바이는 매년 200만 대씩 늘고 있다. 2020년이면 3500만 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오토바이가 늘면서 정부는 시클로를 오히려 교통을 방해하는 골칫거리로 여긴다. 베트남 정부는 2008년 1월 1일부터 관광용을 뺀 시클로 운행을 사실상 중단시켰다. 시클로가 도로를 막히게 하고, 교통사고를 증가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지금 호찌민시에는 시클로가 6만여 대, 하노이에는 2000대가 있다. 그리고 베트남에서는 매달 약 1000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릭샤의 나라 인도 정부 또한 마찬가지다. 인도에서는 사이클 릭샤보다 오토릭샤나 오토바이가 훨씬 인기다. 인도 전체 차량 등록 대수는 6700만 대, 그 중 71%인 4750만 대가 오토릭샤와 오토바이다. 정부에서는 사이클 릭샤를 규제하는 추세다. 인도 전체에서 순수한 사이클 릭샤가 남아 있는 곳은 콜카타(Calcutta·과거 캘커타)와 올드델리 정도다. 뉴델리에선 이미 사이클 릭샤를 보기 힘들다. 인도 웨스트벵갈주에서도 주 정부는 릭샤 끄는 일이 비인간적이라며 금지 방침을 세웠고, 콜카타 정부 또한 사이클 릭샤를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나라들은 반대다. 자동차를 규제하고 자전거를 많이 타게 하려고 절치부심한다. 자전거 택시가 유행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잘 사는 나라들이다. 우리나라도 자전거 택시 운행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생각만큼 반응이 뜨겁지는 않다. 혹시 몸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지만 마음은 여전히 후진국에 머물러 있기 때문은 아닐까.
50~60년대 경제가 어렵던 시절, 대한민국 정부는 '자전거를 타고 자동차를 타지 말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1960년대 초반엔 특히 그 열기가 강했다. 1960년 6월 27일 부흥부(지금의 경제기획원)는 관용차를 대폭 정리하고, 자동차를 대신할 수 있는 자전거 생산과 사용에 관한 조치를 강력히 추진한다는 내용의 유류기본대책을 차관회의에 상정했다. 민간차량 또한 일정 연식 이전 것은 아예 운전을 못 하게 했고, 각종 영업용 차량은 디젤차로 제한했다. 민간차량의 신규운행 불허에 택시운행 3부제(2일 운행 1일 휴일)까지 하기로 했으니 지금 같으면 대규모 민란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어쨌든 주머니가 넉넉해지면서 정부의 그 서슬 퍼른 엄포는 자취를 감췄고, 오히려 자동차 타기 장려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자전거 택시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기억 밖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70여년이 지난 지금, 다시 자전거 택시가 이 땅에 나타났다.
기름이 부족한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인데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차이점은 기름 부족 때문에 당시는 자동차가 달릴 수 없었고, 지금은 자동차 타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 당시 자전거 택시는 자동차를 대신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다는 게 다르다. 기름 고갈은 엄연한 사실이며 선진국은 미래를 대비하고, 개발도상국은 일단 갈 데까지 가 보자는 태도다.
선진국의 태도 또한 식민지에서 부를 쌓은 과거 일일랑 깡그리 잊고 자기 사정만 챙기는 게 얄밉기는 하지만, 개발도상국의 질주 또한 아슬아슬하기만 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과거 선진국들이 밟았던 길을 따라 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길을 개척할 것인가. 선택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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