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부터 중기까지 수많은 백성이 동원되어 만들어낸 한양(서울) 성곽, 박혀있는 돌 하나하나에 옛 사연과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것 같다.
김종성
늘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서울 광화문이나 경복궁을 지나다보면, 서울을 호위하듯 병풍처럼 서 있는 북악산을 볼 수 있는데, 언제봐도 멋지다. 건축물을 만들 때도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추구했던 우리 조상들의 미적 감각이 돋보이는 그림같은 풍경이다.
어느 맑은 날, 그런 풍경 앞에서 우연히도 조금 특이한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북악산 능선위로 띠 같은 게 오톨도톨 줄지어 서 있는 것 아닌가. 이 때가 처음 내가 서울 성곽길의 존재를 알게 되고 관심을 가졌던 순간이었다.
조선을 개국한 태조 이성계는 개성에서 한양으로 도읍을 이전하고 정도전의 지휘 아래 궁궐, 도로, 시장 등 신도시를 건설한 후, 1396년(태조 5년) 2년여의 시간을 들여 한양 둘레에 약 18km의 성곽을 쌓는다.
경복궁 뒤 북악산을 중심으로 인왕산, 남산, 낙산 등 네 개의 산과 그위의 성곽에 둘러싸인 한양을 후손들이 산책삼아 걸어다니게 될 줄 선조들은 예상이나 하셨을까. 서울 성곽길은 이렇게 자손들에게 선사해주는 우리 조상의 선물 같은 것이다. 특히 이 길에는 '성곽 순례'라 해도 좋을 정도로 역사와 풍경과 사람들의 삶이 다채롭게 녹아있다.
서울 성곽길 안내 지도를 보니 동서남북 네 개의 산 주변을 따라 4코스로 나누어져 있다. 각 코스마다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용이하니 집과 가깝거나, 찾아가기 쉬운 코스를 고르면 되겠다. 지난 주말(3일), 수도권 전철 2호선을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내렸다. 난 사라진 동대문운동장과 그곳에서 멋진 활약을 보여주던 박노준, 김건우 선수를 추억하며 낙산 성곽길 코스를 향해 터벅터벅 걸어 올라갔다.
성곽길 산책로에서 마주친 흥미로운 '구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