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 밥은 묵고 댕기냐”

방송에 소개된 벌교 5일장의 시장국밥 3년 지난 아직도 인기몰이

등록 2011.11.24 19:35수정 2011.11.24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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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 할머니가 국밥을 직접 토렴해서 따끈하게 내줍니다.
주인 할머니가 국밥을 직접 토렴해서 따끈하게 내줍니다.조찬현

해피선데이 1박2일에 소개되면 관광지는 명소가 되고 그들이 찾았던 5일장은 수많은 사람들로 붐빕니다. 이름 하여 나비효과, 아니 1박2일 효과입니다. 3년 전 1박2일 벌교의 꼬막여행 중 소개되었던 벌교 5일장입니다.


지난 19일, 맛돌이가 찾아간 벌교 장터의 분위기는 썰렁합니다. 차가운 날씨에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겨 장꾼들은 장이 안 된다며 투정입니다. 헌데 신기할 정도로 사람이 붐비는 곳이 있습니다. 쉬 눈에 띄지 않는 벌교 장터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데도, 유독 이곳만은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집니다.

 벌교 장날(4일, 9일)에만 문을 여는 국밥집은 노부부가 37년째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벌교 장날(4일, 9일)에만 문을 여는 국밥집은 노부부가 37년째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찬현

1박2일 멤버들이 국밥을 먹었던 바로 그곳, 벌교 5일장의 '시장국밥'집입니다. 국밥 한 그릇에 3천원입니다. 지난해까지 2천원이었는데 올 초 값이 올랐다고 합니다. 그래도 아직은 값이 아주 착한 편이지요.

시장국밥집은 벌교 장날(4일, 9일)에만 문을 엽니다. 노부부가 37년째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주인 할머니(65.김행금)가 국밥을 직접 토렴해서 따끈하게 내줍니다. 내장도 수북이 넣어 줍니다. 가격대비 양도 푸짐하고 인심도 후합니다. 서비스로 구수한 간까지 내어주네요.

"밥 적으면 더 달라고 하씨요. 아저씨! 이것도 잡숴 보씨요."

 국밥 한 그릇에 3천원입니다.
국밥 한 그릇에 3천원입니다.조찬현

 내장이 수북한 국밥은 가격대비 푸짐하고 인심도 후합니다.
내장이 수북한 국밥은 가격대비 푸짐하고 인심도 후합니다.조찬현

노부부의 정 때문일까요. 간을 한입만 배어먹었는데도 배부른 느낌입니다. 내장국밥의 맛 또한 썩 괜찮은 수준입니다. 국물이 깔끔한데다 순수함이 담겨있습니다. 국밥집 실내는 여행객과 손님, 장꾼 등 수많은 사람들로 순식간에 꽉 들어찼습니다. 점심 무렵이었거든요.


 주인 할머니가 최고라고 자부하는 육수는 곰솥에 매일 끓여냅니다.
주인 할머니가 최고라고 자부하는 육수는 곰솥에 매일 끓여냅니다.조찬현

주인 할머니가 최고라고 자부하는 육수는 곰솥에 매일 끓여냅니다. 돼지 뼈를 넣고 푹 고와낸 진국이지요. 국밥에 넣어주는 내장 또한 이 솥단지에서 삶아낸 것입니다.

"우리가 곰솥에 날마다 끓여갖고 국물이 최고여! 돼지 뼈를 이곳에다 우려 갖고 곱창을 삶아서 건져."


장터 국밥집은 언제 찾아가도 푸근한 곳입니다. 어머니의 손맛도 느낄 수 있는데다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이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내장도 수북이 넣어 줍니다.
내장도 수북이 넣어 줍니다. 조찬현

 장터 국밥집은 혼자 찾아가도 눈치 안보고 편안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장터 국밥집은 혼자 찾아가도 눈치 안보고 편안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조찬현

혼자 찾아가면 1인분 안된다며 내쫒다시피 문전박대하는 시내의 식당과는 사뭇 다른 곳입니다. 장터 국밥집은 혼자 찾아가도 눈치 안보고 편안하게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입니다. 장터 어딜 가나 마찬가지지요.

지난해 이곳을 찾았던 지리산 시인으로 유명한 이원규 시인의 일화입니다. 이 시인은 이곳에서 "밥은 묵고 댕기냐" 는 국밥집 할머니의 사투리에 문득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리곤 울컥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답니다. 애독자 여러분! 밥 꼭 묵고 댕깁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국밥 #벌교 5일장 #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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