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사례] 의사 D(30대, 남)씨와 E(30대, 여)씨는 중매로 만나 결혼을 전제로 교제를 시작했다. E씨의 아버지는 딸이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뜻에서 사위가 될 D씨의 아버지에게 "딸과 사위에게 5억 원을 주고, 아파트를 장만해주겠다"는 각서를 써주었다. 그뿐 아니었다. E씨측은 신랑측에게 예단비로 1억 원을 건넸고 새 차 구입비와 신혼여행경비조로 3천여만 원을 부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두 사람은 신혼여행은 물론 그 후에도 한 번도 부부관계를 한 적이 없었다. 더구나 D씨는 병원 일에 바빠 1주일에 두세 번 잠만 자고 나갈 뿐 부부간 대화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할 정도로 사이가 나빴다. 설상가상으로 D씨는 결혼 전 교제하던 여성들과 지속적으로 만남을 갖고 있다. E씨의 아버지는 생활비를 대주고 대출금을 갚아주는 등 딸과 사위의 관계개선을 위해 노력했으나 D씨는 결혼생활에 뜻이 없었다. D씨는 1년 반만에 이혼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법원은 "혼인파탄 책임은 D씨에게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 와중에 E씨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D씨는 E씨측에게 "각서대로 결혼 지참금 5억 원을 달라"며 민사소송을 냈다. 이 사건의 쟁점은 결혼 생활에 불성실한 사위 D씨가 지참금을 청구하는 것이 정당한지 아닌지였다.
우선, 결혼지참금 청구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을까.
법원은 "경제력 있는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많은 결혼비용을 주고 그 배우자에게 지참금의 형태로 경제적 도움을 주는 일이 종종 있다"며 "이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발견되는 일반적인 현상이므로 도덕적·윤리적으로 크게 비난할 것은 아니"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법원은 결혼생활에 돈이 유일하거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면 사랑을 흐리게 하고 결혼의 행복이 사라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지참금은 일반상식과 관습에 따라 약속되고 지켜져야 하는 것이지, 계약의 형식으로 이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법원은 "각서는, 딸과 장래가 촉망되는 사위가 원만한 결혼생활을 해나가는데 경제적 뒷받침이 되기를 바라는 차원에서 한 것으로서 사회통념과 상식상 충분히 이해되며, 비록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법적으로도 그 효력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결국 지참금 각서는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 비난할 정도는 아니어서 법적 효력은 인정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D씨는 혼인기간 내내 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하지 않고, 다른 여자들과도 계속 관계를 유지하면서 오히려 이혼청구까지 한 상태에서 각서를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 정도면 "권리남용"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D씨의 청구에 대해 ▲아내를 경제상황을 풍족하게 하는 수단으로만 삼은 점에서 평등한 인격체로서 혼인생활을 유지하도록 한 헌법정신에 반하며 ▲부부간 부양·동거·협력·정조의무는 전혀 이행하지 아니한 채, 각서상 권리를 내세우는 것은 건전한 상식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법의 진정한 취지와 정신에 반하므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결국, D씨가 남편으로서 의무와 도리를 전혀 다하지 못했으므로 처가로부터 지참금을 받을 자격이 없다는 뜻이다.
법원은 D씨에 대한 충고도 빠뜨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무엇보다도 경제적 가치를 중시하고 있는 점을 수긍한다고 하더라도,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의가 있다. 혼인관계가 파탄된 이후에도 지참금청구를 하는 것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예의를 지키지 아니한 것으로서 염치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서울고법 제12민사부(재판장 박형남 부장판사)는 16일 "이 사건 청구는 인륜과 사회상규에 반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D씨에게 패소판결을 내렸다.
[판결 3] 독립운동가 실형선고 판사, 2심 "친일행위" 인정일제 시대 판사로서 항일독립운동가들의 재판에서 수십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한 행위는 친일행위일까, 아닐까. 1심 법원은 아니라고 했지만, 항소심은 친일이 맞다고 했다.
1920년부터 1945년까지 조선총독부 배석 판사로 일했던 고 유영 전판사는 총 7건의 항일독립운동 관련자들의 형사재판을 맡았다. 그는 50여 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조선총독부는 그에게 3차례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2009년 7월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고인의 일제시대 고인의 행적을 조사한 결과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고 결정했다. 그러자 유족들은 이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먼저, 친일이 아니라고 본 1심 판결의 요지는 이렇다. 2010년 10월 서울행정법원(재판장 김종필 부장판사)의 판결이다(관련기사 :
친딸 상습 성폭행·임신시킨 아버지의 최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