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끼>에 출연한 배우 김상호. '대머리'라고 하는 것은 명예훼손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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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심인 대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까. 사건을 맡은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우선 "사이버 공간의 대화나 표현도 타인의 권익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나 침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절제와 규범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나 "그(사이버) 공간의 게시글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보호 대상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라며 "형사적 제재에 관한 규정은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적용하여야 하고, 의사표현이 지나친 제약을 받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사건이 허위사실에 따른 사이버 명예훼손 사건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짓의 사실'은 주관적 감정을 떠나서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함은 물론, 그 표현을 하게 된 상황과 전후 맥락에 비추어 그 표현 자체로 '구체적 사실'을 드러낸 것이라고 이해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뻐꺼'나 '대머리'라는 단어에 대해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여 모욕을 주기 위하여 사용한 것일 수는 있을지언정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거나 구체적 사실을 드러낸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27일 이 사건을 2심인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결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이렇다. '안면도 없는 사람끼리 인터넷상에서 '대머리' '뻐꺼'라고 놀린 행위는 경멸적 표현(모욕)으로 볼 여지는 있지만 명예훼손으로 보기는 어렵다.'
약식명령(벌금형)-1심(무죄)-2심(유죄)-3심(파기환송)을 거쳐 다시 2심 재판이 열리게 된다. 결론은 유죄일까, 무죄일까.
"사이버 명예훼손죄, 비방할 목적 있어야 성립"[사례 3] E씨(30대 여성)는 서울 강남의 F성형외과에서 허벅지 지방흡입술과 가슴확대 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고 1년 후 가슴에는 여러 개 멍울까지 생기게 되었다. 그는 F성형외과의 홈페이지 수술후기 게시판에 "다리가 1자가 아닌 C자가 되어 수영장도 다니지 못한다" "병원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고 들었는데" 등이 포함된 글을 올렸다.E씨도 [사례 2]의 C씨처럼 허위사실에 의한 사이버명예훼손으로 법정에 섰다. 하지만 1심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사이버명예훼손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성립한다. E씨에게 그런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법원은 ▲ 게시물의 주된 내용이 원장의 연락을 부탁한다는 것이고 ▲ 너무 바빠 연락을 못받는다는 원장의 변명에 대한 항의로 보이는 점 ▲ 다리가 C자가 되었다는 것도 자신의 신체상태를 말하여 손해배상 내지 연락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인 점 등을 주목했다.
따라서 "E씨가 게시물을 등록한 주된 목적은 성형수술 부작용에 대한 성의있는 답변 및 자신에 대한 연락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E씨는 성형외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3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받기도 했다. 이런 점에 비추어 법원은 게시물이 성형수술 부작용 피해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측면도 있다고 보았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0월 25일 무죄를 선고했다. 인터넷 게시물에 다소 과장된 표현이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곧바로 유죄로 단정할 수는 없고, 전후 사정에 비추어 정당한 목적이 있거나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허용될 수도 있다는 게 판결의 취지다.
덧붙이는 글 | 김용국 기자는 법원공무원으로, 일반인을 위한 법률책인 <생활법률상식사전>(2010)과 <생활법률해법사전>(2011)을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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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 등/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방송 (KBS 라디오 경제로통일로 고정출연 등) /2009년,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jundorap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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