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불법정치자금 9억여원 수수 혐의'에 대한 1심 선고에서 무죄를 받은 한명숙 전 총리가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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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명숙 "이번 판결, 정치검찰에 대한 유죄 선고" ⓒ 최인성
[2신 대체: 31일 오후 4시 15분]한명숙 전 총리에 무죄 선고... 서울지검 특수부, 한 전 총리에 '1심 2패' 지난해 한명숙 전 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던 이동열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장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재판부가 판결문을 낭독하면서 검찰의 공소사실이 하나씩 무너져갔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우진 부장판사)는 31일 오후 2시 1심 선고공판을 열고 한 전 총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증거로 내세운 채권회수목록, 비장부, 자금조성과 환전내역 등이 9억여원을 조성했다는 증거가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이 피고인(한 전 총리)에게 전달됐다는 물증이 되기는 어렵다"며 "피고인 동생의 1억 원 수표 사용 등도 피고인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와 연결시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9억여 원을 받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는 유일한 증거는 한만호 전 대표의 진술뿐인데 (그러한 한 전 대표의 검찰진술도) 객관적 자료와 맞지 않고 합리성도 없다"며 "한 전 대표가 진술을 번복해 일관성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 전 대표가 공소사실에 부합하도록 진술한 것은 (검찰쪽 제보자인) 남아무개씨의 회유 때문"이라며 "한 전 대표의 진술은 추가 기소를 피하려는 이해관계가 있는 것으로도 보여 신빙성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최종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면서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한 전 총리에게만 '1심 2패'라는 치욕을 안게 됐다. 지난해 특수2부에서 수사했던 한 전 총리의 '5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에서도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확정판결은 아니지만 검찰에게 '무죄판결'이란 '실패한 수사'를 뜻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5만 달러 수수 의혹)에 이어 특수1부(9억여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조차 1심에서 패소하면서 특수부의 위상은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판부는 한 전 총리와 함께 기소된 김아무개 전 비서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945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7급비서인 피고인(김 전 비서)은 지역건설업자로부터 법인카드, 현금, 차량 등 1억 원 상당의 이득을 취했고, 그 지위를 이용해 한만호 전 대표의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한 정황도 있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 "정치검찰에 유죄 선고한 것" 법정을 나온 한 전 총리는 "돈 받은 사실이 전혀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죄임을 확신하고 있었다"며 "이번 판결은 정치검찰에 유죄를 선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전 총리는 "이명박 정권과 정치검찰이 합작해서 만든 이 추악한 공작에 단죄를 내린 것"이라며 "지금 국민들은 검찰개혁을 통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정부 10년 동안 하지 못했던 검찰개혁을 2012년 정권 교체를 통해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무죄 판결이 났는데 지금 심경은 어떤가? "저의 진실을 밝혀주신 재판부에 깊은 신뢰와 감사를 드린다. 저는 지난 2년여 동안 상상할 수 없는 잔혹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저의 진실과 결백을 믿어주는 국민 여러분이 있어서 제가 이렇게 여기까지 버티고 이겨낼 수 있었다. 진실로 감사드린다. 참 고맙다."
- 검찰에게 한마디 한다면? "이번 판결은 정치검찰에 유죄를 선고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명박 정권과 정치검찰이 합작해서 만든 이 추악한 공작에 단죄를 내린 것이다. 제 사건을 마지막으로 이 수치스러운 야망의 정치가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국민들은 검찰개혁을 통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기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민주정부 10년 동안 하지 못했던 검찰개혁을 2012년 정권 교체를 통해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 오늘 무죄판결을 예상했나? "저는 결백했고, 돈을 받은 사실이 없기 때문에 공정한 법적인 잣대로 한다면 저는 무죄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저는 이제 앞으로 새로운 각오와 결의로 우리 앞에 놓여 있는 역사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 국민 곁으로 다가가겠다. 지금 정치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는데, 이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끌어안고 앞으로 통합과 승리의 길을 여는 데 저의 있는 힘을 다하겠다. 감사하다."
100여명에 이르는 한 전 총리의 지지자들은 그에게 하얀 백합꽃을 그에게 건네며 "한명숙은 그렇게 살지 않았다"를 외쳤다. 이해찬 전 총리와 박주선 '한명숙 공동대책위' 위원장,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 등도 1심 무죄 판결에 축하인사를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