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픔약국 한켠에 마련된 미니 도서관
박솔희
시작은 퍽 무모했다. 두 약사는 모두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인천에는 아무런 연고도 인연도 없었다. 그런데 이곳에 약국을 차린 이유는 '공동체' 때문이라고 한다.
"서울 중심가에서라면 이런 형태의 공동체 약국을 운영하기가 힘들었겠죠. 당장 월세부터 감당이 힘드니까. 돈 벌어서 유지하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있겠어요? 여기는 주변이 주택가라 상업성이 심하지 않으니까 괜찮겠다고 생각했어요."늘픔약국은 수도권지하철 1호선 동암역과 간석역 사이에 있다. 인천 중에서도 개발이 덜 된 남동구, 그 중에서도 가장 낙후됐다고 하는 간석동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 신도림에서 전철로 삼십 분이면 도착하는 수도권이지만 서울처럼 번지르르할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정말 시골 동네 같아요. 누가 와도 다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다들 흔하게 공동체의 파괴를 한탄한다. 하지만 아무리 마을 공동체가 소중해도, 서울에서 세련된 문화를 즐기고 살던 젊은이들이 '시골 같은' 마을에서 지내기가 괜찮을까? 노윤정 약사는 "처음엔 좀 힘들기도 했던 게 사실"이라고 고백한다.
"아메리카노를 한 잔 마시고 싶어도 역 근처까지 십 분 이상 가야 해요. 서울에서 살던 때랑은 분명 다르죠."그래도 지치지 않고 약국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건 다시 한 번, '공동체' 때문이란다.
"사는 방식 자체가 바뀐 거죠. 예전에는 스트레스 받으면 혼자 음악 듣고 이러면서 풀었는데, 이제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가운데 해결해요. 재밌어요."어제 온 한 할머니는 시집살이 얘기서부터 며느리 욕까지 이야기 주머니를 풀어놓고 갔단다. 또 열린문고에 있는 책을 보러 오는 꼬마들의 재간이 얼마나 깜찍한지 모른다고. 세대를 아우르는 마을 공동체 가운데서 20대 약사 두 사람은 서울 생활과는 또 다른 즐거움, 새로운 답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대학은 학문과 함께 '삶'을 고민하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