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경
남소연
법원은 P씨에게 살인죄의 확정적인 목적,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그 근거로 ▲ P씨가 추천을 100명 이상 받지 못하여 준비하지 않았다고 한 점 ▲ 인터넷 운영자의 게시글 삭제로 암살계획이 무산됐다는 글을 올린 점 ▲ 사건 당일 낮 12시부터 밤 11시까지만 직접 살인과 연관된 검색을 하였을 뿐 그 후에는 하지 않은 점 ▲ P씨의 휴대폰에 "계획한 것은 없다. 여론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음성이 저장된 점 등을 들었다.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지난 4월 7일 P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반 년 만에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그는 1심 판결 이틀 뒤인 4월 9일 자신의 미투데이에 올린 글에서 "작년 9월 24일 청와대에 들어갔다가 대통령 살인예비혐의로 구속되어 7일 오전 7개월 만에 무죄로 석방되었습니다. 힘든 나날이었는데 배운 것도 많았습니다"라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1심 판결에 불복한 검사는 서울고법에 항소했다. 그러나 서울고법(춘천형사부)도 19일 검사의 항소를 기각함으로써 P씨가 무죄라고 결론내렸다. 다만 P씨는 이 건과 별도로 인명 교통사고와 강원랜드 협박편지 사건으로 병합심리를 받았는데, 이 부분은 1심과 같이 유죄(징역 8월)가 인정됐다. 그는 이날 또다시 법정구속됐다.
P씨의 행동은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 극단적이며 다소 부적절한 측면이 있다. 도박의 폐해를 알리고 내국인 카지노 영업중단을 위한 의도였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P씨의 행동에 대처한 수사기관의 태도도 짚어봐야 한다. 아직 판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게시물과 검색어 등을 근거로 시민을 구속하고 대통령 암살범으로 기소한 것이 적절한 공권력 행사였는지 짚어볼 대목이다.
미네르바 무죄, 정연주 무죄, 백원우 무죄, 피디수첩 무죄...우연의 일치일지 모르나. 최근 몇 가지 사건이 겹쳐서 떠오른다.
인터넷에서 정부의 외환정책을 비판했다가 구속되었던 미네르바는 재판 결과 무죄로 풀려났다. 고 노무현 대통령 장례식에서 대통령에게 항의발언을 했다가 '장례식방해' 혐의로 피고인이 된 백원우 의원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통령에게 해임당하고, 회사 세금소송에서 법원의 조정에 응한 점 때문에 배임죄로 기소되었던 정연주 전 KBS 사장도 1,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보도와 관련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피디수첩> 제작진들도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했다.
또, 서울시장 후보인 박원순씨는 2009년 언론사 인터뷰에서 국정원의 시민단체 활동 개입의혹을 제기했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2억 원대의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1심 법원은 손해배상책임이 없다며 국가 패소 판결을 내렸으나 국가가 또다시 항소하여 사건이 진행중이다.
법원의 판례는 공적인 관심사를 놓고선 언론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되어야 하고, 국가나 공직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 기능은 "그것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안된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대통령의 신변을 지키기 위한 '충정' 때문에 생긴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법은 대통령이나 일반 시민이나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 만일 P씨가 대통령이 아닌 일반인을 상대로 인터넷에 엄포를 놓았더라도 수사기관이 살인예비죄로 구속했을까.
P씨가 반 년간 옥살이를 하기까지 검찰의 기소에는 무리가 없었는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는 적절했는지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
법으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법원공무원(각종 강의, 출간, 기고)
책<생활법률상식사전> <판결 vs 판결> 등/ 강의(인권위, 도서관, 구청, 도청, 대학에서 생활법률 정보인권 강의) / 방송 (KBS 라디오 경제로통일로 고정출연 등) /2009년, 2011년 올해의 뉴스게릴라. jundorapa@gmail.com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