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시장 야권단일후보 선출 국민참여경선 투표마감 시간이 임박하자 세 후보가 투표소 앞에 총출동해 선거인단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남소연
기적을 바라기에 민주당은 너무 노쇠했다. 3일 오전만 해도 기적의 조짐이 살짝 비쳤다. 오전에 투표한 선거인단에는 확실히 노장년층이 많이 눈에 띄었다. 조직동원도 있었다. 장충체육관에 마련된 선거인단 투표소 입구에 도열해 선거인단을 맞이한 민주당 의원들은 "한눈에 봐도 우리 편"이라며 화색이 돌았다. 그러나 오후로 갈수록 "우리 편이 아닌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젊은 직장인들에서부터 손을 잡고 온 연인 혹은 부부, 그리고 사이클을 타고 온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선거인단 투표 마감을 한 시간 앞둔 오후 6시쯤부터 투표장 입구 2층에 있던 민주당 지지자들은 입구로 들어서는 선거인단을 향해 연신 '박영선!'을 외쳤다. 그러나 막상 선거인단 투표의 뚜껑을 열어보니 박영선 대 박원순의 득표수는 9132표(51.08%) 대 8279표(46.36%)로 표 차이는 853표에 불과했다. 결과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대를 받고 입장한 선거인단의 절반 가까이가 박원순 지지자였던 셈이다.
민주당은 실제로도 늙었다. 서울시에 지역구를 둔 한 정치인은 "민주당 청년 당원의 기준은 45세 미만인데 지역구마다 청년위원회 회원은 10명 미만이다"고 말했다. 농촌만 젊은이들의 씨가 마른 것이 아니고 서울의 민주당에도 젊은이들의 씨가 말랐다는 것이다. 60년 전통의 민주당에는 막스 베버가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말한 '머신'(machine, 대규모 유권자를 동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잘 조직된 지방의 정당조직)도 이명박 정부와 맞서 싸울 '머슬'(muscle, 근육)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공동선관위에서 오후 7시 5분경 투표를 종료하고 개표 선언을 하자 체육관 밖에 있던 선거인단이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채웠다. 2층 스탠드를 메운 민주당 지지자들과 박원순 지지자들의 비율은 눈대중으로 어림잡아 9 대 1이었다. 그러나 박영선 후보가 입장할 때보다 박원순 후보가 입장할 때 오히려 지지자들의 환호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그들의 상당수는 촛불을 들고 있었다. 장충체육관 안의 박원순 지지자는 10%에 불과했지만, 표는 체육관 안이 아니라 밖에 있었다.
이번 선거도 여느 선거 때처럼 투표율이 승패를 갈랐다. 민주당측은 당초 투표율을 50~55% 선으로 예상하고 선거인단 투표에서 60% 대 40% 이상으로 이기면 역전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최종 투표율은 59.59%로 선거인단으로 선정된 3만 명 중에서 1만7891명이 참여했다. 연휴 마지막 날인 데다, 본선도 아닌 예선임을 감안하면 60% 투표율은 높은 참여율이다. 현장투표에서 두 후보의 격차는 4.77%p(853표)에 불과했다.
민주당에 대한 경고 넘어선 '반(反)한나라당 심판' 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