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당단종이 태어나고 현덕왕후 권씨가 승하한 곳. 문종은 세자시절 이곳에서 2명의 부인을 생별하고 1명의 부인을 사별했다. 경복궁에 있다.
이정근
경혜공주는 아버지가 세자일 때 경복궁에서 태어났다. 세자의 딸이기에 공주가 되지 못하고 평창군주라 불렀다. 그가 태어날 때, 세자에게는 세자빈 순빈봉씨가 있었다. 간택 후궁 권씨에게 시선이 꽂힌 세자가 후궁을 총애하자 순빈봉씨는 궁녀 소쌍을 침실로 불러들여 동성애로 맞불을 놓았다. 그럴수록 세자는 권씨에게 빠졌고 승은을 입은 권씨는 공주를 낳았다. 비로소 왕실의 여자가 된 것이다. 품계도 세자궁 내명부 하위품계인 종4품 승휘에서 종3품 양원으로 승격했다.
퇴출된 순빈봉씨에 이어 세자빈에 책봉된 권씨는 현재 임금인 아들을 낳고 다음날 산후통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때 평창군주 나이 5세였다. 어린 나이에 어머니 잃은 군주는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다.
병세가 악화된 세종이 손자사위 들이기를 소망했다. 왕실이 바빠졌다. 서둘러 배필을 골랐다. 동지중추 정충경의 아들 정종(鄭悰)이 선택되었다. 부랴부랴 혼례를 서둘렀다. 배필을 정한지 8일 만인 1월24일 가례가 올려졌다. 군주가 혼례를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은 2월17일 세종이 훙(薨)했다. 아버지가 등극하자 군주(郡主) 꼬리표를 떼고 공주(公主)가 되었다.
행복도 잠시, 문종이 등극한지 2년 만에 승하했다. 동생이 왕위에 올랐지만 외롭다. 이 세상에 혈육이라곤 동생밖에 없다. 왕위에 있는 동생 역시 고독하다. 이 세상에 기댈 곳이라곤 누나밖에 없다. 그래서 임금이 누나 집에 와있는 것이다. 그 집에 수양이 온다니 온 집안에 비상이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