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을 통해 인공 수정체를 넣은 다롱이의 눈. 귀 밑 검버섯이나 주름이 14년의 세월을 보여주고 있다.
박주희
60년이 채 안 되는 세월 동안 한 가족이 탄생하고 소멸한다. 생판 모르고 지내던 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세상에 없던 두 사람을 낳아 네 식구를 꾸린 지 24년. 우리 가족의 역사도 어느덧 중반부로 달려가고 있다. 언제 클지 걱정스럽던 딸, 아들은 대학생이 되었고 청춘일 것만 같던 부모님은 중장년층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다.
바쁘게 살다보니 가족 모두 나이 앞자리 숫자가 휙휙 바뀌어도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 '막내'가 우리 가족의 나이를 제대로 알려주는 사건이 터졌다.
그 막내는 바로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함께 하고 있는 14살짜리 개, 다롱이다.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70~80살 정도 된 노견이다. 치와와답게 큰 눈을 가지고 있어서 내 얼굴이 눈동자에 비치는 게 훤히 보일 정도다. 그런 다롱이의 눈이 구름이 낀 것처럼 흐릿해진 걸 발견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아 병원에 데려가 보니 한쪽 눈은 나이가 들어 서서히 혼탁해지는 중이고 반대쪽 눈은 백내장이란다.
백내장은 노견들이 주로 겪는 질병으로 수술을 하지 못할 경우 실명에 이르는 질병이다. 언제까지나 건강할 것만 같던 다롱이가 전신마취를 하고 눈 수술을 받는 동안 함께 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수술을 통해 인공 수정체를 넣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염증이 생겨 여전히 매일 안약을 넣어주어야 한다. 근데 다롱이가 건강을 회복하고 나니 부모님이 시야가 흐려졌다며 답답함을 호소하셨다. 개가 주인을 닮는 게 아니라 주인이 개를 닮는 희한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글씨가 잘 안보이네"... 세월의 흔적을 몸에 새기고 계셨던 부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