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관 미군 기지 앞에서 집회 중인 참가자들
박의연
지난 7일 왜관역 앞에서 '주한미군 캠프캐럴 기지 고엽제 매립 진상규명 미국 사과 결의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는 왜관 주민들을 포함해 민주노총 중앙통일선봉대, 한국대학생연합 통일대행진, 대학생 시대여행 등이 참여했다. 고엽제 매립에 대한 정확한 진상 규명 촉구와 불평등한 SOFA 개정이 이 대회의 핵심 골자였다.
방학을 맞아 희망버스부터 시작해 엠티다 뭐다 버스라면 이제 신물이 난 대학생 새내기였지만 이번에도 기꺼이 왜관 행 버스에 올랐다. 왜? 진실이 궁금하니까. 모 연예인의 말처럼 함께하지 않으면 행복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사실 필자는 무식했다. 내려가는 버스 안에서 일련의 고엽제 사건들에 관해 처음 찾아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죽하면 집회 도중 나온 '미제 반대' 구호에서 미제가 미국 제품인줄 알았겠는가.(미제는 미국 제국주의의 줄임말이다) '미국 제품 반대!'라고 하는 줄 알고 언행일치를 보이고자 쓰고 있던 '미제' 선글라스를 슬그머니 내려놓은 대학생이었다.
'미제'가 미국 제품인 줄 알았던 나... 왜관을 찾다베트남전이 끝난 1975년, 미국은 암암리에 '페이서 호(Pacer Ho)' 작전을 실시한다. 1960년대 중반부터 고엽제에 대한 심각한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1964년 미 의회에서 공식적으로 고엽제 사용을 중지했다. 이에 따라 베트남 전쟁이 끝나면서 미국은 전쟁에서 다 사용하지 못한 고엽제를 자국 밖에서 처리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 '페이서 호' 작전이다.
녹색연합 자문위원 한광용 박사에 따르면 작전의 내용은 약 222만 갤런(약 840만 리터)이 되는 양의 남은 고엽제를 태평양의 존스턴(Johnston)섬에 쌓아 놓고 베트남, 인도 등 여러 나라에 고엽제를 내다 버린 것이라고 한다. 한 박사는 지난 5월 라디오 방송에서 왜 "칠곡에서는 그거(고엽제)를 그쪽(존스턴섬)으로 보내지 않고 거기에다 묻었"는지 의문을 표시했다.
왜관 캠프캐럴에 대해 잠시 설명하자면 이곳은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약 90여 개의 미군 군사 기지에 군사 물품을 제공하는 곳이다. 미군 기지에 물품이 들어가기 전에 우선적으로 거쳐야 하는 곳인 것이다.
때문에 한국으로 들어온 고엽제들은 왜관을 통해 유입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리고 지금의 고엽제 논란은 지난 5월 19일 한 퇴역 주한미군 할아버지의 양심 고백에서 시작되었다. 1978년 왜관 캠프캐럴 기지의 주한미군으로 근무했던 스티브 하우스씨와 필 스튜어트씨는 애리조나 지역 신문사와 등의 인터뷰에서 '고엽제 약 200리터 들이 드럼통 250여 개를 2주에 걸쳐 묻었고, 총 600여 통을 묻었다'고 증언했다.
이에 따라 5월 23일 민관조사관에 의한 현장 조사가 이루어 졌고 6월 1일 구성된 한미공동조사단에 의해 현재까지 조사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소극적인 대처 방식과 석연치 않은 조사 내용으로 관련 단체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다.
"왜관 주민은 아니지만, 이렇게 오염시키고... 화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