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중구 침산보 붕괴현장을 찾은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가 보의 물받이 사면의 붕괴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장재완
최근 내린 집중호우로 물받이 사면과 제방, 어도 등이 부서져버린 침산보(침산여울)를 복구하느니 차라리 보 자체를 철거하는 게 낫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일 오전 4대강 범대위와 금강을지키는사람들, 시민환경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하천환경 시민공동조사단'이 대전 중구 침산동 침산보(침산여울) 현장을 찾았다. 물이 빠진 침산보의 제방붕괴 현장은 말 그대로 처참한 상황.
보 물받이 사면에 쌓여있던 암석들은 모두 떨어져 나가 하천 바닥에 쌓였고, 보 아래에는 거대한 웅덩이가 생겨있었다. 보 우측 끝 어도가 있어야 할 자리는 협곡과 같은 물길이 생겨났고, 산 사면은 무너져 내려 있었다.
발파석으로 쌓아놓은 일부 제방도 무너져 내렸고, 그 뒤에는 아름드리 나무가 넘어져 뒹굴고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제방을 쌓기 위해 사용된 자갈들은 빠른 물살에 휩쓸려 500여 미터 아래 '방아미 다리'를 지나 오리배 선착장에 쌓였다. 물 위에 떠 있던 선착장과 오리배들은 자갈섬에 덩그러니 올려져 있었다.
현장을 둘러 본 조사팀은 입을 다물지 못하고 탄식을 연신 토해냈다. 현장 설명에 나선 양흥모 대전충남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이 곳은 수달과 원앙, 감돌고기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다수가 서식하는 생태적으로 매우 우수한 지역이었다"며 "그러나 이곳에 보를 건설하면서 생태계가 지금 보듯이 이렇게 다 파괴되고 말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2년 전에도 이번 호우와 같은 많은 비가 내렸지만 이 지역은 큰 피해가 없었다"며 "이번 호우로 피해가 난 것은 4대강 사업으로 만든 보와 제방, 산책로, 나무데크 등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낙동강 수해현장을 둘러보고 이곳에 도착한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보의 한쪽 끝, 콘크리트 구조물과 흙이 만나는 부분이 터지는 현상은 4대강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며 "이곳은 자연형하천이고, 천연기념물이 사는 우수한 생태공원인데, 저렇게 발파석을 쌓아서 호완제방을 만들었다, 말 그대로 예산낭비"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만약 저 큰 발파석에 작은 개구리 한 마리가 올라간다면 금세 말라 죽게 될 것"이라면서 "저런 인공적인 호완블럭이 생물의 이동통로를 막아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속도전이 부른 참사, 복구보다는 철거가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