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마리'의 벽에 붙어있는 잡년행진 웹자보
박가영
"벗어라, 던져라, 잡년이 걷는다!"- 이번 행사를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지금 당장은 당일 행사를 잘 치르는 일이 먼저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메시지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사가 '재밌었으면' 좋겠다. 누군가 '이런 행사를 한다고 너희가 얻을 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재밌으니까'라고 대답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전달되면서 모두 즐겁게 노는 일이 되었으면 한다."
- 듣고 보니 어쩐지 축제와 느낌이 비슷하다.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나?"옷 바꿔 입기, 페이스페인팅, 공연 등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옷 바꿔 입기' 같은 경우는 평소 자기가 입고 싶었지만 자기와 어울리지 않아서, 혹은 뚱뚱해서 등의 이유로 포기했던 이들이 남들과 옷을 바꿔 입어보는 것이다. 광화문 행사 이후에는 홍익대 앞으로 자리를 옮겨 홍대 앞 난장에서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플래시몹도 있다."
- 누가 나왔으면 좋겠나?"모두 다. 복장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나와 자기의 목소리를 냈으면 좋겠다. 재밌게 잘 노는 자리니 부담 없이 참여하셨으면 좋겠다. 남자분들의 참여도 환영한다. 트위터 계정으로 매일 질문이나 공격이 들어온다. 그중에서는 '남자들을 잠재적 성범죄자로 모는 것이냐' 등의 멘션이 잦은데, 그것은 논지에서 벗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
16일 '잡년행진' 일정 |
* 2시 ~ 3시 : 6호선 안암역 2번 출구(고대) 고대 성폭행 사건에 항의하는 잡년들의 당당한 워킹 * 3시 30분 ~ 4시 : 원표공원 신나는 음악과 함께 길바닥에서 막춤을! 헤나&에어스프레이/ 피켓 만들기/ 옷 바꿔입기/ 브래지어 수거함. ABBA의 Dancing Queen 플래시몹으로 행사 시작 * 4시 ~ 4시 30분 : 원표공원 [오프닝 공연] 레드걸, 지현 '행진' 선언문 낭독 후 잡년들 행진 시작(원표공원-덕수궁-원표공원) * 5시 : 원표공원 행진 마무리, 시청역 이동 후 지하철로 홍대 이동 * 6시 ~ 6시 30분 : 홍대 홍대 8번 출구에서 뒤풀이 장소로 뻔뻔 당당하게 워킹 * 6시 30분 ~ 9시 : 홍대, 걷고 싶은 거리 [뒤풀이 공연] Feminist Singer 지현, Dafne Lee, 며칠 후면 내 생일, Prof. D, DJ Havaqqu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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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여성 역시 '잠재적 성범죄의 피해자'로 살아가면서 학습된 고통이 심하다. 남성들과 함께 바꾸어나가야 할 것은 시스템의 문제이지 성별 간의 대립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오래된 문제에 대해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보아야 하지 않나'다. 대립이나 다툼이 아닌, 구조의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공감했으면 좋겠다.
어머니들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행사인 것은 알겠지만 아이들이 보면 안 될 것 같아요' 하고 걱정하시는데, 오히려 자라나는 아이들이 이런 행사를 보아야 하지 않을까? 쉬쉬하다보면 결국 아이들 역시 왜곡된 성 가치관을 배우기 쉬울 것이다."
짧은 인터뷰를 마치고 카페 마리를 나오는 길, 어느새 비가 멈추고 하나둘 사람들이 각
자의 이유를 가지고 마리로 모이기 시작했다. 16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군가는 예쁜 옷을 눈치 보지 않고 입고 싶어서, 혹은 성범죄의 원인은 옷차림 때문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하지만 하나만은 확실해보인다. 결국 16일에 모이게 될 사람들은 '모두가 즐겁기 위해서' 라는 것을. 그리고 그 씩씩한 얼굴로 이렇게 외치지 않을까. "벗어라, 던져라, 잡년이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