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파탄 이명박 정권 심판 범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최저임금 현실화 등을 요구하는 문구를 우산에 붙이고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유성호
이렇게 대한민국의 보통 청년들은 자기 실존을 포기할 것인가 자기 생존을 포기할 것인가의 갈림길에 놓여있다. 이건 삶과 죽음의 기로 따위가 아니다. 죽음과 죽음의 기로인 것이다. 요 며칠 고추장에 밥 비벼 먹으며 '남는 밥과 김치가 있으면 달라'는 마지막 글을 남기고 세상을 뜬 시나리오작가 고(故) 최고은 씨에 대해 생각했다.
나보다 나이가 딱 한 살 더 많던 그녀는 실존을 포기하지 못해 생존을 헌납했다. 나는 지금 실존도 생존도, 어느 것 하나 포기하지 못하고 우물대고만 있다(그 사이 아프고 못 먹어 약해지고 있다). 나도 일 년, 아니 약 반년 뒤에 그녀처럼 될까?
물론 나는 학교와 군대에서 숱하게 폭력을 겪으며 세상과 타협하는 법을 일찍부터 깨달은 못난 인간이다. 해서, 아마도 '진짜' 목숨보다는 '실질적인' 목숨을 포기할 가능성이 더 크다. 그치만 그 뒤의 삶은, 분명 살아있다 말하기 힘든 것일 게다.
나를 가장 즐겁게 하는 일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하지 못하는 삶을, 입시경쟁교육의 피해자가 완연한 가해자가 되어 주5일 학원을 들락날락하는 생활을, 차마 살아있다 할 순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청년 복지는 딱 한 가지다. 청년들을 살려라! 자기재능 버리고 토익 책이나 붙잡고 있게 하지 마라. 자기재능 용기 있게 부여잡은 이들이 '남는 밥과 김치 좀 달라'는 구걸을 남기고 죽어버리게 하지 마라.
다 큰 성인인 그들에게 최소한의 주거공간을, 돈 없어도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는 보건 권리를, 그리고 가난해서 꿈꿀 수도 없단 말 못하게 기본소득을, 줘라. 돈 없어서 안 된다고? 4대강 죽이는 돈으로 강도 살리고 청년들도 살리면 되겠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조영훈은 청년유니온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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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루한' 서른둘...나도 '목숨'을 내놓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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