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넷과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대학생들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청운동사무소 앞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손학규 민주당 대표 회동 결과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의 반값등록금에 대한 태도와 입장을 규탄하고 있다.
유성호
"그녀는 공기업 파견직 노동자였다. 한국에서 공기업은 괜찮은 회사에 속한다. 오래도록 다니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에겐 허락되지 않았다. 폭력적인 직장문화, 상사의 괴롭힘,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 몇 개월 참고 견뎠지만 더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1년 뒤에 사표를 내고야 말았다. 1년을 다녀야 그나마 퇴직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회사가 권고사직한 게 아니라 스스로 회사를 관둔 경우라면 '자발적 이직'에 해당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된다. 끝내 해고처리 될 때까지 버텨서 실업급여 수급조건을 충족시켜 퇴사했다. 그러나, 회사는 처음 일한 3개월은 정식계약이 아닌 아르바이트로 처리해 결국 퇴직금은 못 받게 됐다."
저는 오늘 이 이야기의 주인공을 시작으로 대한민국 청년의 전쟁 같은 삶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젊은이들은 많습니다. 이들은 모두 핑크빛 꿈을 꾸며 사는 것 같지만 대개는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저임금 노동자일 뿐입니다. 물론 근사한 직장에 다니며 좋은 차와 명품 가방을 들고 날마다 으리으리한 회사로 출근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청년들은 전체 청년 중 얼마 안 됩니다.
대다수 청년들은 오늘도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어주며 프렌차이즈 커피숍에서 서빙을 하고 대형마트 캐셔로 일합니다. 지난 주말 여러분들의 카트를 대신 밀어준 친절한 청년들도 모두 저임금 노동자들이지요.
"생계 때문에 우선 급한 대로 알바라도"앞서 나온 이야기의 주인공은 제가 일하는 청년유니온의 조합원입니다. 그녀는 이 공기업을 그만둔 뒤로 다음 직장을 구하기 전까지 실업급여 없이 생계유지가 불가능 했던 터라 일단 불안정한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했습니다.
혼자서는 당장 생존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우선하기 때문에 일단 아르바이트라도, 비정규직이라도 찾게 되는 게 최근 청년의 삶입니다. 당장 일하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는 현실. 2011년 대한민국 청년들의 자화상이죠.
그나마 이 조합원은 1년간 공기업에 다니며 벌어둔 돈이 있어 대학 다니며 진 등록금 빚 1500만 원은 갚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결혼을 꿈꾸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아 알콩달콩 살아보는 것도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왜냐구요? 당장 자신의 입에 풀칠 하기도 버거우니, 당연히 결혼해서 아이 낳고 사는 것 자체가 버겁다고 느끼기 때문이지요.
젊은 여성들의 결혼이 늦어지면서 더불어 출산율도 하락하고 있다고 아무리 걱정해도 우리 청년들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청년의 삶이 고단하고 어렵기 때문입니다. 왜 반값등록금 집회에 그렇게 많은 청년들이 쏟아져 나왔을까요? 그건 바로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내 집 마련이요? 그거 정말 우리에겐 꿈에 불과합니다. 당장 현재 살고 있는 고시원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 목하 고민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니까요.
저는 요즘 흔히 말하는 복지국가 담론에서 가장 소외된 집단이 바로 청년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지국가의 타깃그룹은 솔직히 40대 중산층의 위기감이 복지라는 이름으로 자리매김된 게 아닐까요?
조금 삐딱하게 생각해보면 지난 신자유주의 20여 년의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청년'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청년실업문제는 벌써 10여년이 지나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죠.
다수의 청년들은 저임금 비정규직이나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연명하고 있다고 아까 제가 말씀드렸죠? 더 심각한 것은 청년 다수가 고액의 대학 등록금을 아직도 빚지고 있다는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