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원의 밥상에서 끝없이 밀려오는 이 행복

이게 백반이야, 장어탕이야?

등록 2011.06.17 09:20수정 2011.06.1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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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오랜만에 느껴본 행복밥상입니다.
참 오랜만에 느껴본 행복밥상입니다.조찬현

시골마을입니다. 개발이 되지 않아 오히려 정감 있는 마을입니다. 광양시 옥곡면 재래시장이 자리하고 있어 장날(4일, 9일)이면 사람 구경을 할까 한산하기만 한 그런 시골입니다. 이곳을 지나다 문득 예스런 밥상이 생각나 가던 길을 멈춰 섰습니다.


장터 주변과 도로가를 돌아봤습니다. 왠지 끌리는 식당이 있어 들어갈까 잠시 망설이다 또 다시 돌아봅니다. 텔레비전에 열중하고 있는 슈퍼 주인장에게 간단하게 식사할 수 있는 좋은 집 하나 추천을 부탁해봅니다. 맛돌이가 조금 전 망설였던 바로 그 집(또또식당)을 추천해줍니다.

"깔끔하고 음식이 잘 나와요."

  6천원의 밥상에서 끝없이 밀려오는 이 행복을 쉬 놓치고 쉽지가 않습니다.
6천원의 밥상에서 끝없이 밀려오는 이 행복을 쉬 놓치고 쉽지가 않습니다. 조찬현

장어탕과 재첩국 사이에서 잠시 고민을 합니다. 선뜻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인 아주머니의 추천을 받아 장어탕으로 결정했습니다. 병어조림입니다. 조그마하지만 한 마리를 통째로 내옵니다. 6천원의 밥상에서 귀한 병어 한 마리를 통째로 먹다니, 왠지 횡재한 기분이 듭니다.

찬들이 하나같이 맛깔납니다. 장어탕이 없어도 밥 한 그릇은 뚝딱 헤치 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곳에서만 15년 됐어요."


한 자리에서 15년의 세월을 버텨냈으면 참 어지간합니다. 주인아주머니의 내공이 대단하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새콤하고 상큼한 맛이 일품입니다. 배춧잎을 나박나박 썰어 넣은 물김치인데 입안에 감도는 감칠맛이 너무나 좋습니다.

 젠피가루입니다. 향신료로 아주 그만이지요.
젠피가루입니다. 향신료로 아주 그만이지요. 조찬현
젠피가루입니다. 추어탕이나 장어탕에 향신료로 아주 그만이지요. 아리면서도 박하 향 같은 독특한 향이 정신을 맑게 해줍니다. 음식의 맛도 배가시킵니다.


천연향신료인 젠피(초피)는 국밥이나 장어탕, 추어탕에 넣어 먹습니다. 김치의 시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김치 담글 때도 이용합니다. 옛날 중국의 진시왕도 젠피를 즐겨먹었다고 합니다.

이 집의 젠피가루는 젠피의 과피를 갈아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젠피 고유의 독특한 향과 맛을 잘 살려냈습니다.

장어탕입니다. 푸짐함에 맛이 아주 그만입니다. 장어탕을 먹는 내내 행복감이 묻어납니다. 알 수 없는 이 행복감이 정말 좋습니다. 이리도 기분 좋은 음식을 만나기가 쉽지 않은데, 6천원의 밥상에서 끝없이 밀려오는 이 행복을 쉬 놓치고 쉽지가 않습니다.

삼삼하면서도 간이 제대로 배였습니다. 병어조림입니다. 깻잎 반찬입니다. 흰 쌀밥에 싸 먹으면 찰떡궁합입니다.  깻잎의 참맛을 느껴볼 수가 있습니다.

 깻잎 반찬입니다. 흰 쌀밥에 싸 먹으면 찰떡궁합입니다.
깻잎 반찬입니다. 흰 쌀밥에 싸 먹으면 찰떡궁합입니다. 조찬현

 밥은 반 공기 정도 마는 게 좋습니다. 황금비율이랄까요.
밥은 반 공기 정도 마는 게 좋습니다. 황금비율이랄까요. 조찬현

밥은 반 공기 정도 마는 게 좋습니다. 황금비율이랄까요. 그래야 장어탕의 풍미를 제대로 살릴 수가 있답니다. 나머지 반 공기는 맛깔난 찬에 먹으면 장어탕과 백반의 두 가지 맛을 한꺼번에 느껴볼 수가 있지요. 도랑 치고 가재 잡고, 일석이조입니다.

맛돌이는 소식을 합니다. 그런데도 뚝배기 바닥까지 싹 비워냈습니다. 에휴~ 과식을 해서 밤늦게까지 배부름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또 다시 찾아가서 먹어도 이리 싹 비워낼 것 같은 기분입니다. 참 오랜만에 느껴본 행복밥상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다음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장어탕 #병어조림 #맛돌이 #행복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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