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충남 아산시 소재 유성기업에서 경찰이 농성하던 노조원들을 연행하고 있다.
선대식
유성기업에서 8년째 일하고 있다는 조합원의 급여명세서를 보면 허탈해진다. 지난 4월 각종 세금과 건강보험, 기본급, 기본급 외 수당 등을 다 합해도 251만 원이었다. 연봉으로 따지면 3000만 원 정도다. 기본급만 보면 123만4316원에 불과했다. 게다가 그가 4월 휴일에도 15시간을 일하고, 평일에도 28시간의 잔업까지 했다.
노조가 공개한 임금실태도 7000만 원과 거리가 멀다. 작년 8월 기준으로 평균임금이 449만2007원이다. 1년으로 바꾸면 5390만4084원이다. 이 가운데 기본급은 171만9978원이다. 대신 평일 잔업과 휴일 특근 등을 해야 나머지 임금을 채울 수 있다.
노조 관계자는 "기본급보다 심야 근무에 잔업, 휴일 특근 등 수당의 비중이 매우 높다"면서 "특히 조합원들의 평균 재직기간이 16년이 넘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임금이) 높은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전체 연봉에서 기본급 비중이 낮다 보니, 공장에서 일하는 조합원 대부분은 한밤중에도, 휴일에도 공장에 나와 일을 해야 하는 구조다. 결국 노동자들의 피로는 쌓이고, 각종 안전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를 회사 쪽도 알고 있다. 3년 전에 노사가 연속 2교대 근무제 도입 추진을 합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중경 장관이 이같은 유성기업의 현실을 자세히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 쪽 말대로 국가경제가 흔들릴 정도의 주요 기업 파업을 두고, 주무 부처 장관은 발언 하나하나에 신중해야 한다. 섣부른 발언 하나가 정부의 신뢰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 고유가 파동 때도 그랬다. 스스로 회계사 출신임을 내세운 최 장관은 정유회사들의 원가를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공언했지만, 효과는 없었다.
마지막으로 현대자동차에도 당부하고 싶다. 현대차는 이번 사태로 자신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그럴 수 있다. 아니, 실제로 일부 라인이 멈춰 서면서 경제적 손실도 봤을 것이다. 그럼에도 '글로벌 톱3' 자동차 회사가 되겠다는 현대차의 대응방식은 '글로벌'과는 멀었다. 하청업체와의 불공정한 납품 관행뿐 아니라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노사관계개입까지, 그 방법도 구태스럽다.
지금 당장 공장라인을 다시 돌릴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찰 유치장에서 돌아온 유성의 노동자들, 현대차의 수많은 하청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과연 무엇을 느꼈을까. 그리고 그들이 진정으로 자신들이 만드는 제품에 열과 성을 다할까. 100년 넘게 계속 자동차를 만들고, 기업을 해나가려면 이대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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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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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사' 최중경 장관님, 월급명세서 좀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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