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집장촌 성매매 여성들이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성매매 특별법 폐지와 생존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유성호
"우리도 이 나라 국민이다. 우리의 인권을 존중하라!"
17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타임스퀘어 앞.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수백 명의 젊은 여성들이 소복을 입고 얼굴에 붉은 칠을 하거나, 선글래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이들의 특이한 복장과 낯선 구호에 놀랐다가 곧 하나둘 모여들어 이들의 주장을 관심있게 지켜봤다.
"막무가내 단속만 한다면 생존권 투쟁 할 수밖에" 구호를 외치는 이들은 타임스퀘어 인근 성매매업소에서 일하는 성매매 종사자 혹은 업주들이다. 이들은 초여름 날씨의 뙤약볕 아래 줄지어 앉아 성매매업소 단속에 나선 경찰과 정부를 비난했다.
이들은 최근 부쩍 강화된 경찰의 성매매업소 단속을 비난하며, 경찰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단속을 강행해 성매매 종사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고 규탄했다.
성매매 여성 일부는 단속강화의 배경에 인근 쇼핑몰과 백화점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지난 15일 쇼핑몰에 들어가 명품 가방 등을 사고 동전 수만 개를 지불하는 '동전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을 이끈 한터여성종사자연합 장은순 대표(가명·34)는 "우리가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유예기간을 주면 우리 스스로 나가겠다는 것"이라며 "경찰이 막무가내로 단속만 한다면 우린 생존권 차원에서 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또 "우리가 성매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협의하기 위해 경찰서장, 국회의원, 여성가족부 등에 수없이 면담요청을 했지만 아무런 대답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한터전국연합 강현준 사무국대표는 "무자비한 단속보다는 문제를 상처없이 풀기 위해 탈성매매 협의체를 구성하기 위한 대화 요청을 정부가 왜 거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데 무조건 나갈 수는 없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 기자와 통화에서 "성매매는 엄연한 불법행위이며 성매매 집결지는 폐쇄가 대책"이라며 "불법을 저질러온 분들이 성매매 집결지를 다른 곳으로 이전해 달라는 등의 실질적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