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8월 8일 오전 정연주 사장 해임을 위한 이사회가 열리는 여의도 KBS본관에 사복경찰 수백명이 노조원들을 밀어내며 투입되고 있다.
권우성
저는 오늘 KBS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끔찍한 상황을 지켜보면서 분노와 슬픔을 견딜 수가 없습니다. 공영방송의 독립을 지키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 서야 할 KBS 이사회가 스스로 이를 파괴하는 행위를 한 데 대해서는 역사가 그 책임을 물을 것입니다.
오늘 저에 대한 해임 제청안을 통과시킨 유재천, 권혁부, 방석호, 이춘호, 박만, 강성철 등 6명의 이사는 공영방송 KBS의 역사에, 그리고 대한민국 언론사에 영원한 죄인으로 기록될 것입니다.오늘은 공영방송 KBS가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KBS 구성원들의 자존심이 무참하게 짓밟힌 참으로 통탄스럽고 슬픈 날입니다.한나라당 몫으로 들어온 KBS 이사들'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고 지목했던 6명의 KBS 이사 가운데 두 명인 박만, 권혁부씨는 2007년 1월 중순 한나라당 몫으로 KBS 이사가 되었다. 원래 KBS 이사회는 2006년 8월 말, 11명의 이사로 새롭게 구성되었다. 그런데 이 가운데 한나라당 추천으로 KBS 이사가 된 추광영(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방석호(홍익대 법학과 교수), 이춘호(전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 등 세 명의 이사가 그해 11월 말, KBS 사장 선임 투표가 있은 뒤 사의를 표했다.
당시 KBS 사장 선거에서 나는 김인규 후보와 최종 결선을 벌였는데, 결선 투표에서 내가 6표, 김인규씨가 3표, 기권이 2표가 나왔다. 결과가 이렇게 나오자 한나라당 몫의 KBS 이사 3명은 사장 선출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며 항의의 뜻으로 사의를 표했다. 두 달 가까이 지난 뒤 이춘호 이사는 이사회에 복귀했으나 추광영, 방석호 두 이사는 끝내 사퇴했다. 그러자 그 자리를 박만, 권혁부씨가 2007년 1월, 한나라당 몫으로 채웠다.
그리고 방석호 교수는 이명박 정권 출범 뒤인 2008년 봄, 조아무개 이사가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하자, KBS 이사로 다시 돌아와 그 해 8월에 나의 '해임 제청'에 참가했다. 그리고 나서 한 달 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이 되면서 KBS 이사직을 다시 사퇴했다. 불과 2년 사이에 임기 3년짜리 KBS 이사 자리를 두 번이나 들락날락 한 셈이었다. 당시 <연합뉴스>는 그의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임명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기사를 보도했다.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10일 이사회를 열어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신임 원장에 방석호 홍익대 법과대학 교수를 선임했다. 방 교수는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객원연구위원,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한국정보법학회 공동회장을 역임했다.하지만 방 교수는 친여 성향 인사로 분류돼 국책연구기관장 보은인사 논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방 교수는 작년 11월 KBS 정연주 전 사장의 재선임에 반대하며 사퇴했으나 올해 4월 방송통신위원회 추천으로 KBS 이사로 다시 임명됐고, 정연주 전 사장 퇴진과 이병순 신임 사장 취임 과정에서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한국기자협회, 박만·권혁부 이사 반대 성명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