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순천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가 27일 밤 이정희 대표 등과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경태
"호남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지켜왔고 역사를 주도해왔음을 다시금 증명해주셨다."
4.27 순천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야권단일후보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는 순천시민들의 '위대한 선택'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김 당선자는 최종 개표 결과 총 투표자 8만4046명 중 3만0313표(36.24%)를 득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개표 초반부터 2위를 달리던 조순용 무소속 후보는 총 1만8172표(21.72%)를 얻는데 그쳤다.
김 당선자는 이날 "저의 당선은 야권연대와 정권교체의 의지를 보여준 민심의 선택"이라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그는 "호남의 민심이 이 나라 민주주의를 지켜왔고 역사를 주도해왔음을 다시금 증명해 주신 것"이라며 "야권과 시민사회가 단결해 이명박 정부의 독주를 막아내고 정권교체의 여망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다짐했다.
김 당선자는 또 "순천시와 의회, 정당, 시민사회단체 등과 원활한 협의체계를 구축하고 국회 차원에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순천의 현안문제를 풀어가는 데도 소홀하지 않겠다"며 "정당과 정치적 입장을 떠나 각 후보들이 제시해주신 지역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실현하는데 함께 힘을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후보 사무실에 모인 당직자들과 지지자들은 "야권연대 김선동"을 외치며 자축했다. 선거운동에 참여했던 대학생 율동단들도 등장해 축하 공연을 벌이기도 했다. 한동안 기쁨을 나누던 당직자들과 지지자들은 오후 11시 50분경 하나 둘씩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호남의 전략적 선택과 무소속 후보 난립 김 당선자가 강조한 바와 같이 야권연대라는 '대의'에 순천 시민들이 동의한 것이 1차 승리 요인이다.
캠프 관계자는 "처음 선거운동을 시작할 당시 김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3%에 불과했다"며 "선거운동 기간 순천시민들이 야권연대와 정권교체라는 대의에 동의하고 전략적인 선택을 해주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경재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의 민주당 출신 후보들이 무소속으로 난립한 상황이 김 후보 당선에 크게 기여한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실제로 김 후보를 추격한 무소속 3강 후보(조순용·구희승·허상만)는 각각 21.72%, 15.88%, 11.4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무소속 후보 간 막판 단일화만 이뤄졌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던 셈이다.
민노당은 이번 4.27 순천 재보선의 결과를 높게 평가했다. 우선 호남에서 첫 국회의원을 배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2009년, 2010년 재보선 때도 실패했던 국회의원 한 석 늘리기에도 성공했다. 앞서 지난해 7.28 재보선 당시 광주 남구 재보선에 출마했던 오병윤 전 사무총장은 44.1%를 득표해 55.9%를 얻은 장병완 민주당 후보에게 석패한 바 있다.
당세도 크게 늘렸다. 김 후보에 이어, 울산 동구청장 야권단일후보로 나선 김종훈 후보가 47.30%(29561표)로 당선됐다. 경남 거제 1선거구 도의원 재선거에선 이길종 후보가, 경기 안성시 나선거구에선 최현주 후보가 당선됐다. 당선자 모두 야권단일후보로 나서 한나라당 후보를 꺾은 셈이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이날 기자와 만나 "야권연대라는 대의가 호남의 친소관계, 이해관계를 모두 뛰어넘는 절체절명의 역사적 과제로 자리잡았다고 본다"며 "야권연대를 더욱 망설임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본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또 "매년 재보선 때마다 민노당 후보들이 당선권에 진입하고도 실패하다 이번에 성공했다,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진보정당의 힘이 더 커지게 됐다"고 전망했다. 또 "민주노총이 이번 재보선에서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등 진보정치세력의 대통합 과정에도 이번 선거가 큰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한편, 김 당선자는 28일 오전 출근인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의정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또 광주 망월동 묘역을 찾아 당선 인사를 올릴 계획이다.
"노동자 힘으로 진보진영 대통합에 솔선수범하겠다"다음은 <오마이뉴스>가 김 당선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당선 소감부터 말해달라. "정권교체를 바라는 순천시민들의 열망이 모아졌다고 생각한다. 통합과 연대의 정신으로 솔선수범해 내년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한 견인차가 되도록 하겠다."
- 승리 요인이 무엇이라 보나. "정권교체에 대한 희망과 야권연대 성사라고 본다. 또 서민의 민생을 해결하고자 하는 정당에게 노동자·농민·도시 서민들이 힘을 하나로 모았다."
- 진보정당이 분당되는 계기였던 2007년 대선 당시 당 사무총장이었다. 이번에 당선되면서 진보진영 통합에도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할텐 데 소회가 어떤가. "민노당이 분당된 이후 백의종군하는 마음으로 노동현장으로 갔다. 배관공으로 일하면서 무엇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바른 길인지 찾아나갔다. 전남 동부 지역만 보자면, 진보대통합의 가능성과 희망을 발견한다. 현장 노동자의 힘으로 분열된 진보정치진영을 대통합하는데 솔선수범하겠다."
- 순천 현안 문제로는 국제정원박람회 유치 등이 있다. 6.2 지방선거 당시 민노당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어떤가. "당시엔 국제정원박람회가 지나치게 전시성 행사로 계획돼 있고 시 재정여건상 부담이 큰 부분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염려됐던 부분이 수정됐고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박람회 유치가 진행돼 있다. 시민, 시의회와 상생 협력해 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인 축제로 만들겠다. 또 정부 차원의 협력을 얻도록 역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