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진행 중인 해군기지 건설 공사. 바다 위 보이는 섬이 연산호 군락으로 천연보존지역인 범섬이다.
최지용
세계7대자연경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고 있지만 제주도 시민사회의 대응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제주도 내 언론들도 대부분 홍보 위주 보도만 쏟아내고 있었다.
시민사회의 대응은 지난해 12월 제주환경운동연합이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에 관이 주도해 나가면서 발생하는 문제와 난개발을 우려하는 논평을 낸 것이 유일했다.
11일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제주도의 현안은 해군기지 건설과 한라산 중산간 지역에 조성되는 롯데리조트 문제"라며 "시급한 지역 현안 때문에 세계7대자연경관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는 유네스코가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되고 나서 세계자연유산에 선정에 뛰어들었다"며 "하지만 생물권보전지역에 대한 지원은 까마득하게 잊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마찬가지로 세계자연유산에 선정되고 나서는 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세계지질공원에 올인했다"며 "제주도의 자연을 보존하고 가꾸는 차원에서 한 게 아니라 그저 관광객 유치에 목적을 두고 있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자연유산은 제주도의 말처럼 선정되기도 아주 어렵고 세계에 몇 안 된다. 인류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보전해야 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선정된 것인데 이제는 완전히 버스로 사람을 실어 나르는 관광지가 됐다. 이는 결국 자연훼손뿐 아니라 제주도의 관광자원을 고갈시키는 일이다."이 사무국장은 "보호해야 할 지역을 개발하고 상품화시키는 경관식 관광정책은 잘못됐다"며 "경관식 관광은 단순하고 식상하다. 그래서 제주도는 올레길같이 스토리텔링이 있는 관광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는데 세계7대자연경관을 추진하는 건 구시대적인 경관식 관광을 다시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가 이 같은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과 관련, 그는 "도민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끌어 영리병원 유치와 해군기지에 대한 반대여론을 덮으려는 것"이라며 "실제로 우근민 지사는 세계7대자연경관으로 여론몰이를 하는 가운데 영리병원을 유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깨고 이름만 바꾼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유치를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참여자치위원장도 의견이 같았다. 강 위원장은 13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우근민 지사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해군기지와 영리병원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며 "하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다보니 세계7대자연경관으로 비판 여론을 덮어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세계7대자연경관을 추진하면서 우 지사는 정치적으로 재미를 봤다"며 "그를 반대하던 사람들도 '좋은 게 좋은 거'라며 함께 운동에 나섰고 어느 정도 신망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뉴세븐원더스 재단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강 위원장은 "재단이 공신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전혀 검증되지도 않았다"라며 "홍보예산이 20억 원이나 책정돼 있고 여태까지 관공서의 전화요금만 3억 원이 넘은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사업 자체에 대한 검증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청은 뉴세븐원더스 재단의 공신력과 공무원 동원 등 최근 불거진 논란에 대해 묻는 <오마이뉴스>의 인터뷰 요청을 전면 거부했다. 강성훈 세계유산관리단장은 12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제주도청은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했다"며 "모든 사안은 추진위 쪽에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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