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민주당 곽진업, 민주노동당 김근태,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는 8일 오후 김해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단일화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김위중
[ 기사 수정 : 13일 오전 9시 40분] "오늘 우리는 이 방사능 비를 맞으면서 또 거리로 나가야죠. 이런 날이라고 빠지면 안 되요. 우산 쓰면 괜찮아요. 집에 있다고 방사능이 나만 피해가는 것도 아니고, 안 그래요?"
일본 원전사고 이후 첫 번째 봄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참여당) 대표는 지난 7일 경기 분당을 이종웅 후보 사무실에 앉아 당직자들과 농담 섞인 대화를 이어갔다. 당 밖에서는 김해을 후보단일화 문제로 온갖 질타가 쏟아지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명랑하게 웃었다.
자당의 후보가 '민주당 손학규 지지선언'을 하면서 사퇴의사를 밝히던 날, 그는 덤덤하게 기자회견 후 점심을 먹고 곧바로 김해로 내려가 방사능 비 속에서 이봉수 후보 알리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올인 전략에 부합하는 행동처럼 보였지만, 정말? 의심했다.
그런데 그는 정말 방사능 비에 흠뻑 젖었다. "야권단일후보 10일(일), 11일(월) 여론조사로 결정됩니다. 집 전화 꼭 받아주세요. 외출 시는 착신전환!"이라는 팻말을 목에 건 채로. 이 장면은 한 컷의 사진이 돼서 참여당 홈페이지 대문에 걸렸다. 이백만 대변인은 이 사진 한 장에 감동 받은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물론, 이 한 장의 사진 때문에 김해시민들이 감동해서 4·27 재보선 야권단일후보로 이봉수 참여당 후보를 선택했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김해시민들은 날마다 창원터널 앞에서 출퇴근 인사를 건네며 눈도장 찍는 유시민 대표를 무심코 지나치지는 못했을 것이다. 비가 오나 맑은 날이나 출근길이나 퇴근길이나 참여당의 간판스타 유시민은 창원터널 앞에서 손을 흔들고 있었으므로.
참여당 간판은 '김해'로, 민주당 간판은 '분당'으로 반대로 민주당의 간판은 경기 분당을 누비는 중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장수가 뒤로 물러서는 법은 없다며 직접 분당을 선거에 뛰어들었다. 다른 지역 선거를 돌볼 틈이 없다. 자기 선거가 바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번 김해을 구도를 '유시민 대 손학규'로 만들었어야 제대로 된 '간판대결'이 될 수 있었는데 그 점이 성사되지 못해 아쉽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손 대표가 자기 선거에 매몰되지 않고 다른 지역 선거에도 관여하는 방식으로 움직였다면 상황은 좀 달라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영춘 민주당 최고위원이 김해에서 민주당 곽진업 후보 선거대책본부를 맡아 지휘했지만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그는 유력 야권대선주자도 아니고, 스타 반열에 오른 정치인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시민 대표의 활약은 결국 여론조사 결과로 드러났다. 여론조사 방법의 유불리를 떠나 결과는 이봉수 참여당 후보가 곽진업 민주당 후보를 3.5%P 가량 앞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표본이 1400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근소한 차이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