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일 이명박 대통령은 취업후 학자금 상환제 '든든학자금' 대출 시행 첫날을 맞아 서울 남대문로 한국장학재단을 방문해 상담 중인 학생과 학부모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
대학교 2학년 학생 : "등록금이 비싸다고 생각하는데, 대통령께서 선거 나오기 전에 한나라당이 정책적으로 '등록금 반값 부담' 얘기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이경숙 한국장학재단 이사장 : "제가 설명하겠다. 뉘앙스에 차이가 있다. 등록금 반이 아니고 가계부담을 반으로 줄이는 거였다. 현재 55%인데 2012년이면 20%대로 줄어든다. 등록금 액수로 생각하는데 그것은 아니다."이명박 대통령 : "등록금 싸면 좋겠지. 그런데 너무 싸면 대학교육 질이 떨어지지 않겠나?" (2010년 2월 2일 한국장학재단 '든든학자금' 시행 현장방문)'반값 등록금 공약'을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로 지키려 한 것은, 대통령 입장에선 등록금 낮추라고 대학을 압박할 필요도, 국가재정을 들여 장학금을 보조할 필요도 없는 획기적인 안이다.
그러나 이 제도를 시행해도 가계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들지는 않았고, 대학생과 그 부모들은 더 높아진 등록금에 더욱 고통받고 있다. 이 제도의 핵심은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는 게 아니라 대출 상환을 뒤로 늦추고, 대출 주체를 부모가 아닌 학생으로 바꾼 조삼모사에 불과했다.
등록금 문제의 핵심은 국가의 고등교육지원이 미미하고 대학이 학생들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OECD 국가 평균 고등교육 예산이 GDP의 1.2%이지만 우리나라는 GDP 대비 0.6%에 불과하다. 많은 사립대 재단들이 수천억의 재단 적립금을 쌓아두고 있으면서 등록금을 계속 올리고, 교육개선이나 장학사업에 돈쓰기를 꺼려하는 것도 큰 요인이다.
등록금이 너무 높은 게 국민 허리를 휘게 하고 있는데 이 대통령은 되려 "너무 싸면 대학교육 질이 떨어지지 않겠나?"라고 했다. 등록금이 지나치게 싸질 가능성이라도 있다는 투의 말에선, 등록금 문제와 이로 인한 국민들의 고통에 대한 어떤 진지함도 찾아볼 수 없다.
"학원 가지 말고 EBS IPTV"... IT기술로 사교육비 문제 해결? 이명박 대통령 "(학원비가) 한 달에 얼마 정도해요?"주부 "월 20만 원 해요. 가계 부담이 너무 많이 돼요." 이 대통령 "학원 안 보내면 안 돼요? 대학 들어갈 때쯤이면 효과가 없을 텐데…."주부 "방학을 이용해서 선행 학습을 안 해주면 학기 중에 못 따라와요."이 대통령 "EBS나 IPTV에서 최고의 강사들이 와서 강의하거든요."주부 "저희도 EBS 강의는 들어요. 그것만 갖고는 부족해요."이 대통령 "완전히 개조합니다. 이것만 갖고도 될 수 있도록…."주부 "그런데 지역마다 진도가 달라서 학교 진도하고 차이가 나서."이 대통령 "IPTV는 다시 보기도 할 수 있고, 자기 수준에 맞춰서 할 수 있도록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중략)… 한 달 전 것도 찾아볼 수 있고, IPTV는 일반 TV와 달라요. 물어보고 답변할 수 있는 게 달라요. 학생 개개인에게 질문 답변할 수 있는 게 IPTV 기능이에요. IPTV는 잘 발달돼 있으니까. 애가 셋이라고 했어요?"주부 "중 2·3, 초등학생 이렇게 있어요. 학원비 때문에 힘들어요."이 대통령 : "학원 보내니까 그렇지."(2010년 1월 20일 서울 창동 농협 하나로클럽 물가 현장점검)정보기술로 가계의 학원비 부담을 덜겠다는 '발상의 전환'이 돋보인다. IPTV 사업자들은 박수를 치고 환영할 일이었겠지만, 해당 주부는 대통령이 제안한 '학원 안 보내기 운동'에 동참해야할지 고민스러웠을 터다.
자녀의 경쟁력을 담보로 '국가시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결심을 하기는 쉽지 않다. 또 자기 자녀가 남들보다 잘하게 만드는 게 사교육의 목표인데, 남들 다 보는 EBS로 상대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드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사교육비 문제의 근본원인은 좋은 대학을 가야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는 사회 구조 때문이다. 이 구조를 깨지 못하면, 정보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봤자 사교육비 문제는 어쩔 도리가 없다.
이 대통령은 원인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했는지 안 했는지 '전국에 방송되는 족집게 과외방송을 보라'는 걸 대책이라고 제시하면서, 덮어두고 '학원 보내지 마라'고 했다. 이 나라 국가최고지도자가 사교육비와 입시과열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는지 의심하게 하는 대목이다.
국민 먼저 변하라고? 5000만보다 대통령 먼저 변해야각종 민생현안의 해법을 제시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말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민생현안의 핵심을 짚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격이 비싼 것이 문제면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역할을 궁리하기보다는 '안 쓰면 된다', '대출을 해주겠다'는 식의 엉뚱한 해답을 제시한다. 그러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심각해지기만 한다.
또 하나는,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가 해야 할 일보다는 '국민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한다는 점이다. 도덕적으로 매우 높은 평가를 받는 대통령이 그런 말을 한다면 조금이라도 먹힐 얘기겠지만, 이 대통령은 그런 평가를 받고 있지도 못하니 국민에 먹히지도 않는다. 그러니 대통령도 답답하고 국민도 답답하다.
5000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변하는 것보다는 대통령 한 사람이 변하는 게 빠르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사실상 1년 반 남짓 남았다. 이 기간 동안이라도 이명박 대통령이 민생문제 해결에 진지하게 고민하고, 진정성 있는 해결책을 내놓는 변화가 일어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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