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없는 학교, 이렇게 하면 가능하다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 경남대책위, 공청회 열어 ... "보건휴가조차 안돼"

등록 2011.04.08 10:11수정 2011.04.08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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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이 정말 비정규직 없는 학교에 동의하고 대안을 마련 해야만 하거든요. 매번 기대하지만 매번 실망해요. 인원이 많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해마다 학교에 비정규직이 자꾸 늘어나요. 이건 교육청이 그런 정책을 펴서 그런 거 아니겠어요. 사고는 딴 사람이 치고 책임은 학교비정규직 당사자들 보고 지라고 하니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조형래 경상남도교육의원이 15년 근무 경력의 한 학교비정규직이 쓴 글을 소개했다. 7일 저녁 경상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는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경남대책위' 주최의 공청회가 열렸는데, 조 교육의원은 설문조사 실태를 발표했다.

학교비정규직은 조리원, 조리사, 영양사, 행정(사무)보조원, 교무보조원, 과학실험보조, 전산보조, 특수교육보조, 사서, 유치원 종일반 등을 말한다. 경남에만 1만여명이 있으며, 전국적으로 15만명 정도다.

2004년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회계직계약관리지침'을 마련했고, 학교비정규직들은 한때 6개월 내지 1년 단위로 계약갱신해 오면서 고용불안을 갖기도 했다. 그러다가 경남의 경우 2007년 무기계약으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들은 연봉제가 아니라 '일당제'다. 이들은 대개 '245' '275' '365'라고 부른다. '245'는 급식종사자로 365일 중 급식하는 날만 계산하면 방학 90여일과 토·일요일을 빼면 대략 245일 정도 나온다. 임금은 일당으로 계산해 245일치만 나오는 것.

'275'는 순수보조직군으로 방학에 근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90여일을 빼면 275일 정도 나오고, 그 일수에 맞춰 임금이 나온다. '365'는 방학 중에도 업무가 필요한 영양사, 사서, 행정보조 등의 말한다.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경남대책위'는 7일 저녁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경남대책위'는 7일 저녁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윤성효

조형래 교육의원 "산업재해 입어도 공상 처리 안돼"


조형래 교육의원은 946개교를 대상으로 서면질의해 받은 420개교(유치원 6, 초 227, 중 99, 고 83, 특수 5)의 자료를 분석해 발표했다. 임금은 최저 수준이다. 과학실험보조는 연 1200만원, 사무보조는 1600만원, 사서·영양사는 1800만원, 조리사 1100만원, 조리원 1000만원선이다.

최근 3년 동안 산업재해에 대해 조사했는데, 조리종사원 147명이 재해를 당했고, 사무보조·시설관리·특수교육보조·배움터지킴이·전문상담인원은 1~2명이 재해를 입었다는 것. 조 교육의원은 "학교비정규직은 재배 보상과 관련한 근거가 없어 재해를 입어도 공적으로 보상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대상 교육에 대해, 그는 "학교에서 진행하는 직원교육의 거의 대부분이 위생과 안전이라는 특수직종에 한정되어 있고, 특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성폭력 방지 교육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또 그는 "학생수 감소 등으로 감원될 경우 교육청과 학교장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다른 직종으로 전환하든지 주변 학교로 발령 낼 수 있는데, 그렇게 하는 사례가 드물다"고 말했다.

학교비정규직은 정당한 학교 구성원의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 그는 "교무실에 자리도 없는 경우가 있으며, 공문도 잘 전달되지 않는다"면서 "학교 안에서 직원으로 공히 인정될 수 있어야 한다. 학교비정규직에 대해서는 일방적인 지시나 방침이 전달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심지어 같은 직종이라도 근무지가 바뀌면 그 경력을 인정받을 수 없는 경우가 있었는데 경력 인정을 해주어야 한다"고, "명절 휴가비가 연 20만원인데 그것도 일당에 포함시키고 있어 복지 등 각종 수당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 휴가를 가려면 대체인력을 본인이 찾도록 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경남대책위'는 7일 저녁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조형래 경상남도교육의원이 설문조사 실태분석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경남대책위'는 7일 저녁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조형래 경상남도교육의원이 설문조사 실태분석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윤성효

석영철 의원 "분노하는 생각을 갖고 접근"

석영철 경남도의원은 "창원에 송전철탑 문제가 불거졌는데 흐르는 전류에 따라 '765볼트'의 경우 '765'라고 부르더라. 학교비정규직을 근무 일수에 따라 '245' '275' '365'라고 부르는 것은 전기 같이 사람을 취급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이런 것에 대해 분노하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엊그제 여성노조 조합원과 간담회를 하고 식사를 하는데, 조합원들은 '이런 이야기를 입이 닳도록 했다. 개선된 게 뭐가 있나'고 하더라. 그래서 앞으로 조금은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며 "목숨 걸고 싸우겠다. 조금만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석 의원은 "여성 학교비정규직들은 '보건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 이는 모성보호의 문제다. 70년대 여성노동자들이 생리휴가를 이야기할 때 '생리를 하느냐 마느냐'고 물어보았던 것과 같은 것"이라며 "상담을 해보면 거의 대부분 당장 집어치우고 가고 싶은 심정이더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누가 개선해 주지 않는다. 싸워야 한다"고 말한 그는 "조리종사원들은 근골격계질환이 많다. 한때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근골격계가 심해 조사하고 싸우며 사회문제로 만들었다"며 "마찬가지로 싸우고 조사해야 한다. 보건휴가의 경우 전교조나 여성단체와 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경남대책위'는 7일 저녁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경남대책위'는 7일 저녁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윤성효

박금자 위원장 "정부 상대로 싸워야"

전남 출신인 박근자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추) 위원장은 전남지역에서 해왔던 사례 중심으로 말했다. 그는 "2003년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보고 온갖 활동을 했다. 봄방학 때 교육청에 집회갔더니 전경이 막고 문을 닫아 놓았다. 비정규직이 비참하고 인간 이하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1월부터 준비했다. 교육감을 우리 손으로 뽑을 수 있게 되었는데, 22개 시·군지역을 돌며 힘을 모았다. 선거를 계기로 우리 처지를 한번 바꿔보자고 해서 나섰는데, 많은 사람들이 호응해 주었다"고 말했다.

"지금 교육감을 위해 선거운동을 정말 열심히 했다. 사표 쓸 각오로 했다. 당시 교육감도 후보로 나왔는데 막판에는 압력도 받았다. 현 교육감은 우리 처우를 개선하고 해결할 수 있겠다 싶어 처음부터 '올인'하겠다고 생각했다. 선거 뒤, 우리는 조금 처우가 개선됐다. 조리사의 경우 근무일수가 245일에서 275일로 바뀌었다."

"임금이 열악하다. 저는 조리사인데, 16년을 일했다. 급여가 지난 3월 처음으로 100만원이 넘었다. 4대보험금을 떼고, 작년에 월 84만7000원을 받았고 올해 3월 103만원을 받았다. 15년만에 처음으로 100만원 단위를 넘어 보았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바뀌어야 한다. 지난 1월 조합원들이 상복을 입고 교과부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박 위원장은 "힘을 키워야 한다.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시군을 돌아다니며 이야기를 들어보니 서러움이 저와 똑같더라. 근무 여건이 열악하다"며 "단숨에 조합원이 2000명으로 모였다. 누구의 일이 아니라 내 자신의 일이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더라. 그동안 뭉치지 못해서 안 됐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도 계속 조합원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홍보할 필요도 없이 다 알고 있다. 얼마 전 출범식을 정말 멋있게 했는데, 마치고 나서 우리는 많이 울었다"면서 "전남만으로는 힘이 약하다. 전국 15만 학교비정규직이 모여야 한다. 내년 총선과 대선이 있으니까 선거를 이용하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 앞으로는 정부를 상대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비정규직 #경상남도의회 #조리사 #조형래 교육의원 #석영철 경남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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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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